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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 : 오래된 책마을 동화마을 서점 도서관을 찾아서

by 푸른바람꽃 2012. 1. 1.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
김병록, 백창화 | 이야기나무 | 201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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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새해 첫 날에 남기는 책의 기록이라 감회가 새롭다. 공교롭게도 첫 번째 책이 '책에 대한 책'이다.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은 평소 내가 좋아하는 세 가지를 모두 제목 속에 담고 있다. "유럽", "아날로그" 그리고 "책공간". 이 모든 것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표지 사진만으로도 기대감에 설레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왠지 책 향기가 물씬 날 것 같은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은 저자 일행이 35일동안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까지 4개국을 여행하며 그곳의 책 공간을 탐방한 기록이다. 프롤로그에서부터 혹여나 이 책을 유럽 4개국의 가이드북으로 오해하는 독자가 없도록 이 책은 유럽의 가볼 만한 책공간을 위주로 한 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나로서는 어쨌든 좋았다. 오매불망 가고싶은 유럽을 책으로 만날 수 있고, 특히나 테마여행을 좋아하는데 그 테마가 책이라니 금상첨화라고나 할까.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유럽 4개국의 도서관이, 제2부에서는 독특한 서점들, 제3부는 우리를 동심으로 물들이는 동화마을, 마지막으로 제4부는 유럽의 책마을이 등장한다.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그 도시 자체가 책으로 유명한 곳이 아니라면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발길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애초에 여행의 목적이 "책"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좋아하는 책과 관련된 다양한 볼거리를 우선적으로 돌아보고, 여행지의 관광명소는 자연스럽게 스치듯 만날 수 있으니 어쩌면 관광명소가 목적인 여행보다 이렇게 한 가지의 테마를 가지고 하는 여행이 더 알찬 셈이다.

 

도서관을 갈 때마다 나는 책에 굶주린 사람처럼 눈을 반짝이며 서가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닌다.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이 읽고 싶은 책을 혹여 누군가가 먼저 빌려가진 않았을까 조바심에 종종 걸음이다. 외국의 도서관은 아직 가 본 적이 없는데 외국의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대여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 같다. 귀한 문화 자료가 보관되어 있기도 하고, 그 나라의 문화를 상징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서점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온라인 서점들이 대거 등장하고 그들과의 가격 경쟁이나 배송 등의 서비스 면에서 오프라인의 서점들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조차도 길거리에서 서점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적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나마 대형 서점들은 가끔 찾게 되지만 그곳에서도 책을 직접 구입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실제로 책을 살펴보기 위한 목적으로 찾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유럽의 서점들은 그들만의 특색을 가지고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고서점과 현대화된 서점들이 공존하고 있는 런던의 서점가에 가게 된다면 나는 꼭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

 

그리고 동화마을로 들어서면 피노키오와 알프스 소녀 하이디, 영화 "미스 포터"로 더욱 사랑하게 된 피터 래빗 등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마이엔펠트 시의 전경을 사진으로 보고 있으니 마치 어디선가 하이디가 툭 튀어나올 것만 같다. 마지막 4부에서 유럽의 책마을이 나오는데 일단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마을이 있다면 기꺼이 그곳의 주민이 되고 싶다. 그러나 그러기까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쉽지 않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시골 마을의 사람들이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 책마을을 꾸렸고 그 시작에는 정부의 농촌마을 살리기 프로젝트로 추진된 책마을 건립운동이 있었다. 저자가 파주 북시티와 비교해 놓은 프랑스의 책마을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프랑스에 이어 파주 북시티의 롤모델이 되었다는 영국 헤이온와이 책마을이 나온다. 30여 개의 서점이 제각가 개성을 드러내며 그 중에는 소장 가치가 높은 귀한 책들도 곳곳에 있으니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다.

 

유럽의 책공간 투어가 끝나면 저자의 꿈이 담긴 에필로그로 아쉬운 여행의 끝을 달랜다. 같은 생각 같은 꿈을 지닌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그들만의 꿈을 설계해 나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럽다. 유럽의 책마을처럼 시골로 내려가 작은도서관만들기에 여념이 없다는 저자 부부의 소개를 읽으니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계획 도시로 설계된 파주와 달리 삼삼오오 책향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모여든 정감있는 책마을을 만날 날도 머지않은 듯 하다. 편리하고 세련된 설비도 좋지만 부담없이 찾아가 쭈그려 앉아서 책을 봐도 눈치 보이지 않는 그런 서점들이 즐비한 책마을을 나도 꿈꿔 본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으나, 책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담은 진솔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