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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 플레이어

by 푸른바람꽃 2012. 1. 20.
젠틀맨 & 플레이어 젠틀맨 & 플레이어
조안 해리스(Joanne Harris), 박상은 | 문학동네 | 201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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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콜릿>의 원작소설을 쓴 작가 조안 해리스의 <젠틀맨 & 플레이어>를 읽으면서 계속 떠오르던 한국영화 제목이 있었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란 영화 말이다. 금지된 것. 그것은 결국 금기를 깨고 선을 넘고 싶은 사람의 욕망을 부추긴다. 이 작품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시작도 바로 한 소년의 금지된 것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소년에게 세상은 마치 "그들"이 있는 '세인트오즈월드'와 자신이 머무는 '세이트오즈월드' 담장 밖, 이렇게 둘로 나누어 진 듯 했다. 소년에게는 담장 안 세상이 궁금했을 것이다. 학교 수위로 있는 아버지의 절대 접근금지라는 지시가 아니었더라도 소년의 입장에서는 자신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 동경과 질투의 대상이었고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참기 어려웠을테니까.

 

선은 넘으라고 있는 것이고, 규칙은 깨지라고 존재하는 것이라는 편리한 사고방식이 소년을 지배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그의 앞을 가로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에는 투명인간처럼 조심히 들어가서 살짝 엿보고 올 심산이었지만 소년은 점차 대범해지기 시작하고 급기야 '세인트오즈월드' 재학생을 가장하여 친구를 사귀고 학교 생활을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사건과 함께 시간은 15년을 훌쩍 뛰어넘어 그 때의 그 소년은 문서를 위조하여 '세인트오즈월드'의 신입교사로 부임한다. 물론 이름과 신분을 감쪽 같이 숨긴채 다시 찾은 학교에서 예전의 선생님들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뛰어난 인재, 유능한 선생이라는 가면을 쓰고 그가 이 학교에 다시 찾은 이유는 명문학교로 불리는 '세인트오즈월드'의 실체를 공개하고 파멸 시키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단순히 15년 전 사건의 복수 때문만은 아니었으며 보다 근원적으로 한 인간의 심리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무척 흥미롭긴 했지만 공간이 제한적이라서 이야기가 자칫 평면적으로 흘러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실제로 이야기의 중반 이후까지는 지루한 부분도 종종 있고, 특히나 주인공 '스나이드'와 교사 '스트레이틀리' 두 사람을 각각 1인칭 주인공 시점의 화자로 번갈아 등장시키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통해 혼란스러운 면도 많다. '체스' 게임을 이 작품 전반에 걸쳐 중요한 은유로 활용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두 사람의 이런 교차식 서술은 마치 체스판 위에서 마주보고 서있는 흑백의 두 말과 같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스트레이틀리'가 '킹', '스나이드'는 '폰'이라는 작품 해석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의 제목이나 작품 내용 전반에 걸쳐 영국의 문화가 곳곳에 드러나 있는데 그 속에서도 경직된 상류사회의 모습들 소위 이 작품에서 일컫는 "젠틀맨" 문화에 대한 작가의 일침이 사립학교를 배경으로 잘 묘사되어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나이드'를 비롯해서 등장인물들 개개인의 인간적인 욕망과 섬세한 심리 묘사가 작품의 깊이를 더해 주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으나, 책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담은 진솔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