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파는 아이들 데이비드 휘틀리(David Whitley), 박혜원 | 레드박스 | 20120113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10대의 작가가 쓴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판타지 소설이 등장했다. <슬픔을 파는 아이들(원제: The Midnight Charter ; 자정헌장)>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작가가 '아고라'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구상한 연작 3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에 해당한다. 책의 뒷표지에도 등장하듯 모든 것이 경제 논리로 이뤄지는 극단적인 자본주의 사회 '아고라'에서는 사람들의 감정들도 병에 담아 사고 파는 거래의 대상이 된다. 경제력이나 특별한 기술도 없는 어린이들 역시 부모 혹은 다른 어른들에 의해 사고 팔리는 대상일 뿐이다. 원인모를 역병이 심하게 번지던 때 마크도 병을 얻게 되는데 그의 아버지는 시오필러스 박사에게 아들을 팔고, 불행 중 다행으로 박사의 약이 마크에게는 효과를 보여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의식을 회복한 뒤로 시오필러스 박사에게 의탁해 스텔리 백작의 탑에 몰래 숨어 살게된 마크는 백작의 하인으로 팔려온 릴리를 만나 글자도 익히며 잠시나마 평화로운 순간을 누린다.
그러나 곧 스텔리 백작에게 마크의 존재가 드러나고 잘못에 대한 댓가로 시오필러스 박사와 마크는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이 때 탑 밖으로 다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크를 보며 릴리는 그럼 자신의 역할과 바꾸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그 날로 마크는 스텔리 백작의 하인이 되었고, 릴리는 시오필러스 박사와 함께 세상 밖으로 나간다. 그러나 이 순간까지만 해도 소년과 소녀는 이 결정이 앞으로 그들에게 닥칠 운명까지 바꿔 놓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이후 스텔리 백작에게 이용당하고 마는 것 같았던 마크가 탑의 주인이 되어 부를 쌓아 나가는 모습과 비영리재단을 설립해 극빈자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릴리의 모습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 밖에도 눈 앞에 주어진 것들에만 집착하고 세상 밖으로는 눈을 돌리지 않는 마크와 달리 릴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상 너머에 있을 그 무엇 즉 이상을 쫓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은 것을 욕심내게 되는 것인 자본주의 시장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다. 더 많이 갖기 위해 거짓과 배신, 음모를 일삼고 남의 것을 빼앗고도 죄의식조차 갖지 않는 도덕 불감증은 극심한 자본주의가 낳은 병폐이지 않을까? 그래서 가상의 도시 '아고라'는 조금은 과장된 현재의 우리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잘못된 틀에 갇혀 있음을 깨달았다면 용기를 내어 그 틀을 부수지 않는 한 결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크와 릴리는 희망의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으니 다행한 일이다. 겉으로는 마크와 릴리의 성장소설이자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지만 그 이면에는 현대사회의 물질만능주의나 모든 것을 주고 받는 거래로 치부하는 계산적인 사고방식들,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비정함 등을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뒤이은 시리즈는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지만 마크와 릴리의 다음이 궁금하기에 다시금 이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으나, 책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담은 진솔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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