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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it now

보통의 독자

by 푸른바람꽃 2011. 4. 17.
보통의 독자 보통의 독자
박인용, 버지니아 울프(Adeline Virginia Woolf ) | 함께읽는책 | 201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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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나게 된 버지니아 울프의 첫 번째 책이자 그녀의 첫 번째 에세이 <보통의 독자>이다.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과연 버지니아 울프, 그녀를 "보통의 독자"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 책을 통해 글로 만나본 그녀는 분명 보통 이상의 독자였다.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으면서도 이미 여류 소설가로 명성을 얻고 있던 시기에 그녀가 낸 이 책은 저자가 접한 소설과 수필 등 많은 작품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전하고 있다.

 

에세이 보다 비평집에 가까운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자의 식견을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내가 읽기에는 다소 버거운 작품이었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컸던 가장 큰 이유는 버지니아 울프가 소개한 작품들 중 대부분이 내가 아직 읽어 보지 못한 작품이었다는 점이다. 이렇듯 작품에 대한 배경 지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마치 그 작품을 쓴 작가의 심중이나 시대적 상황, 작가의 일대기까지 꿰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힘든 점이 많았다. 그래서 이 책을 감히 재밌게 읽어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보통의 독자>는 버지니아 울프가 얼마나 뛰어난 작가적 소질과 통찰력을 가진 인물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녀의 섬세한 감수성은 소설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평소 다독으로 쌓은 그녀의 문학적 소양 등은 그저 그녀의 글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에 대한 그녀의 비평들은 평범한 독서가의 서평 그 이상이다. 그녀만의 신념과 가치관에 의해 분석된 작품들은 원작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요약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시선으로 새롭게 전달해 주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원서에는 어떻게 쓰여졌는지 모르겠으나 간혹 번역된 문장이 도리어 이해를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책의 말미에 그녀가 쓴 에세이들 가운데 마지막 글에 해당하는 "현대인에게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 본문 내용 중 이런 문장이 있었다.

 

현재의 책들에 대해 판단하는 것을 임무로 하고 그 작업이 힘들고 위험하며 때로는 혐오스러운 경우도 적지 않은 비평가에 대해 우리는 관대한 격려를 당부하지만, 비뚤어지기 쉬운 머리 장식이나 시들기 쉬운 화환을 주는 것은 6개월이 지난 뒤 그것을 쓴 사람을 약간 우스꽝스럽게 보이게 만들 것이다. p.433

 

나는 이 문장을 서너번은 반복하여 읽은 후에야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문장뿐만 아니라 종종 난해한 문장들이 등장해 책을 더 지루하고 어렵게 만들기도 해서 아쉬웠다. 버지니아 울프 스스로가 비평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가장 잘 파악할 수 있기도 했던 이 장의 내용들은 이 책을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때는 그녀가 소개하고 있는 작품 전부는 아니더라도 절반 정도는 미리 읽고 다시 읽어봐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서두에 소개되는 버지니아 울프의 간략한 일생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일생을 그녀는 내재된 자신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살아온 것 같다. 생각이 많고 그 많은 생각을 글로 쏟아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가 보다. 이 작품과 같은 시기에 쓰여졌고 호평을 받은 <댈러웨이 부인>에서는 클라리사는 그녀 자신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내게 어려운 숙제로 남았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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