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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이븐

by 푸른바람꽃 2012. 7. 10.
더 레이븐 더 레이븐
애드가 앨런 포(Edgar Allan Poe), 심은경 | 현대문화센타 | 201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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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더 레이븐"의 개봉에 발맞춰 시인이자 소설가, 비평가였던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과 일생이 재조명 되고 있다. 영화의 제목과 같은 에드가 앨런 포 단편집 <더 레이븐>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사실 내가 에드가 앨런 포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강렬한 이미지는 그의 아내 버지니아가 죽고 애도시로 지었다는 '애너벨 리' 였다. 그런 그가 19세기 초, 연이어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추리소설의 원형을 제시한 창시자로 손꼽힌다는 점은 여전히 놀라운 한편 그의 단편을 만나본 적 없던 나로서는 낯설기도 했다. 이처럼 에드가 앨런 포의 단편 소설들에 문외한이라면 가급적 한 권의 책으로 그의 대표작을 모두 만나보는 편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런 목적에 부합되는 책이 에드가 앨런 포 단편집 <더 레이븐>이었다.

 

에드가 앨런 포의 대표적인 단편으로는 '검은 고양이', '리지아', '어셔가의 몰락', '절름발이 개구리', 탐정소설의 시초라 할 만한 뒤팽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도둑맞은 편지', '모르그 가 살인사건',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그의 대표시 '갈가마귀(더 레이븐)' 등이 있다. 이 책에는 나열된 이 모든 단편들을 포함해 총 14편의 포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공포, 추리, 환상에 이르는 총 3부로 분류되어 있다. 이 가운데 나는 평소의 취향대로 추리 편을 먼저 읽어 나갔다. 작품 속 '나'와 '오귀스트 뒤팽'이 의문의 사건들을 탁월한 분석력과 추리력으로 풀어나가는 인물 설정이나 사건 해결 과정은 앞서 이야기했듯 추리소설의 고전을 보는 듯 하다. 아서 코난 도일이 쓴 셜록 홈즈 시리즈의 홈즈와 왓슨이 자연스럽게 연상되기도 하며, 지금으로서는 매우 흔한 캐릭터 조합인데 당시에는 이 같은 인물 설정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던 것 같다. 대신 현대의 추리소설에 비하면 사건의 구성이 단순한 편이며,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끝나 버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검은 고양이를 시작으로 마지막 갈가마귀까지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음울하고 기괴하다. 특히 공포나 환상 편에서 더욱 그러한데 작품을 완성한 시기를 생각하면 포의 독특한 발상이나 상상력은 가히 천재적이라 할 만하다. 또한 이 작품들을 읽기 전 에드가 앨런 포의 일생에 대한 요약을 먼저 읽은 탓인지 몰라도 '리지아'를 비롯한 그의 단편 곳곳에서 작가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 보였다. 포는 어린시절 입양되었으나 경제적으로 늘 궁핍했고,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과의 결별, 훗날 사촌동생 버지니아 클램과 결혼했지만 그녀마저 가난과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나는 등 불행의 그림자가 그를 늘 따라 다녔다. 그래서 그의 단편 속 '나'라는 화자는 술과 마약에 의존하는 피폐한 인물로 종종 그려지는데 작가 자신을 투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들리는 입소문에 의하면 영화 "더 레이븐"은 에드가 앨런 포를 좋아하는 많은 팬들의 기대치에는 다소 못 미치는 작품이라고 한다. 사건만 나열할 뿐 그것을 꿰뚫는 내러티브가 약해서 스릴러의 재미가 반감되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아몬틸라도 술통', '모르그 가 살인사건', '마리 로제 수수께끼', '적사병 가면' 등 6편이 차용되어 주요 사건으로 등장한다고 하니 포의 단편집을 읽었다면 어쨌든 영화로도 만나보면 보다 입체적인 감상에 도움은 될 것이다. 그리고 어쨌든 이런 대중 영화를 계기로 원작자인 에드가 앨런 포와 그의 작품들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유의미한 일인 것 같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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