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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Cinema Party? 똥파리!

by 푸른바람꽃 2012. 7. 17.
렛츠 시네마 파티? 똥파리! 렛츠 시네마 파티? 똥파리!
지승호, 양익준 | 알마 | 201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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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본 영화 "똥파리"에 대한 기억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귀를 의심하게 하는 욕설이 난무했고, 폭력에 길들여져 폭력을 행사하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런데 생소한 얼굴의 이 남자가 글쎄 주연 배우이자 영화의 감독이라지 않는가!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배우이자 감독, 양익준을 나는 그렇게 처음 알게 됐다. 대체 어디서 뭐 하던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은 그의 후속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집 나온 남자들"이란 영화에서 다시 배우로 분한 그를 만났다. 아쉬웠던 점은 여전히 그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이지, 인간 양익준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M사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를 보게 됐는데 영화 속 그와는 사뭇 다른 면이 있었으나 그를 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늘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던 이 남자, 알마의 인텨뷰 집 <렛츠 시네마 파티? 똥파리!>로 제대로 만났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는 양익준 감독의 현재, 과거, 미래를 차근히 짚어 나가는데 일단은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전환점이 되어준 영화 "똥파리"의 성공을 빼놓을 수 없었다. 양 감독은 영화가 개봉된 이후 참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한다. 영화와 관련한 인터뷰만 해도 지금껏 천 건을 넘게 했을 정도라니 세간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래서 요즘의 그는 몸도 마음도 과부하에 걸려 힘든 치유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의 모든 것을 던지다시피 해서 완성한 영화였기에 그 성공은 달콤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가지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그는 방전 상태가 되어 버린 듯 했다. 그런데도 계속 이어지는 작품 요청과 각종 행사, 영화제, 인터뷰 등은 그를 점점 공황상태에 빠지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인터뷰를 끝으로 휴식기를 갖겠다는 양 감독은 작정한 듯이 이번 인터뷰에서도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똥파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양익준은 분명 '폭력'을 아는 사람이라고.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그의 눈빛, 손짓, 작은 떨림 등으로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그가 자라온 양육 환경도 당시 대부분의 가정이 그러하듯 엄격한 아버지, 그에 비해 나약한 어머니, 그리고 체벌과 폭력이 있었다. 집에서는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찾을 수 없었던 그는 중학교 때부터 방황하기 시작했고, 차마 남을 때리지 못해서 남에게 맞는 것으로 자신의 아픔을 삭혔다. 이 같은 그의 개인사는 영화에서도 나타나 있으며 그는 사회에서는 나약하고 가정에서는 군림하려는 가장과 그러한 가정의 비극, 폭력의 대물림 등을 고발한다. 양 감독은 자신이 만든 영화지만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더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똥파리"의 성공 직전까지도 이름 없는 단역 배우에 불과했던 그가 조연으로 활동하며 얻은 교훈이 있다고 했다. 영화판에서만큼은 주연이든 조연이든 스태프든 모두가 동등하다는 것. 그리고 배우의 감정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배려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만의 철학은 그가 감독이 되었을 때 빛을 발한다. 그의 현장에서는 오히려 배우 양익준이 조금 손해 보더라도 감독 양익준으로서 다른 배우와 스태프들을 먼저 챙기게 된다는 것이다. 30대 후반의 그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그 모든 것들이 양분이 되어 양익준을 키워준 것 같았다. 그래서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뿌리가 튼튼한 나무를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인터뷰집의 내용 중에는 인터뷰어 지승호의 생각과 고백도 함께 어우러져 있다. 진솔한 인터뷰를 위해서는 인터뷰어 자신도 무장해제 상태여야 하는데 지승호는 그런 면에서 훌륭한 인터뷰어였다. 다만 각 장별로 인터뷰의 인트로 격인 내용이 등장하는데 인터뷰 본문의 내용이 중복되는 느낌이라 이 부분은 인터뷰어의 개인적인 소회들로만 정리되었더라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궁금했던 양익준 감독을 다큐멘터리가 아닐 바에야 이 책보다 진솔하게 다시 만나기는 힘들 것이며, 양 감독의 재충전이 끝난 후 그가 어떤 작품을 가지고 돌아올지 무작정 기대되는 바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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