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페인 소도시 여행 박정은, 박정은 | 시공사(단행본) | 20120611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곧 있으면 결혼하는 친구가 신혼여행을 이야기 하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의 여행지는 열정의 나라 스페인이었다. 일주일 정도의 여정이라 최대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친구는 여행 일정이 고민스럽다고 했다. 남들이 모두 보는 것도 봐야하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도 놓치기 싫으니 고민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어 보였다. 그래서 친구에게 마침 읽고 있던 <스페인 소도시 여행>이라는 책을 권했다. 그러자 주요 도시도 둘러보기 빠듯한데 소도시까지는 엄두도 못 내겠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스페인 소도시 여행>은 우리가 몰랐던 스페인을 보다 깊이 있게 안내하는 동시에 누구나 보고 싶어하는 스페인의 풍경도 놓치지 않는다.
<스페인 소도시 여행>은 시공사에서 내놓은 4번째 소도시 여행 시리즈다. 2010년 1월 일본 편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소도시 여행,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에 이어 이번 여행지는 스페인인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과 이탈리아 편을 만나봤는데 소도시 시리즈는 여행서로서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혹은 알고 있었지만 미처 깨닫지 못했던 도시들의 매력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이러한 소도시 여행의 로망은 스페인에서도 이어진다.
처음부터 스페인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바가 없었기에 다섯 개의 지방으로 분리된 목차를 보고도 어떤 기준인지 잘 몰랐다. 그래서 바로 다음 장에 친절히 소개된 스페인 지도를 유심히 살폈다. 그러고나니 대강 책에서 하몽의 생산여건에 대한 설명과 해당 지역이 맞아 떨어지며 자연스럽게 그 도시의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첫 도시 테루엘은 '테루엘의 연인'이라는 애절한 러브스토리가 깃든 도시지만 저자나 책을 읽은 독자 입장에서도 남는 것은 '하몽'이다. 이름만 들으면 마치 열대 과일이 연상되는데 정체는 스페인 전통 가공육류에 해당한다. 먹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먹음직스런 사진이 군침 돌게 하는데 발렌시아에 가서는 파에야가 그 뒤를 잇는다.
바로셀로나에 가서는 역시나 가우디와 그의 작품이 그 주인공인데 1882년부터 아직도 공사중이라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기둥과 천장의 모습은 경이롭다.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만난 검은 성모는 특색 있었고, 저자의 말처럼 도봉산을 닮은 기암괴석이 친근하다. 피게레스 달리 박물관과 카다케스의 달리 집, 달리가 마지막 작품활동을 한 곳이자 갈라가 숨을 거둔 푸볼로 이어지는 여정에서는 달리와 갈라의 운명적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중세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듯한 베살루를 지나 안달루시아 지방으로 넘어오면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안달루시아의 하얀마을 루트는 마치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연상케 하며, 플라멩코의 고향에서는 춤이 아닌 와인의 달큰한 향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다.
이밖에도 콜롬버스가 신대륙 항해를 처음 시작한 팔로스와 그가 잠든 세비야, 피카소, 벨라스케스, 고야 등을 만날 수 있는 마드리드, 세르반테스의 집을 거쳐 돈 키호테의 풍차마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그림 같은 풍광을 자랑한다. 순례자들에게 벅찬 감동을 안겨주는 산티아고 대성당과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의 마망까지 만나고 나면 이 소도시 여행도 장대한 막을 내린다. 꿈을 직업으로 가진 저자 박정은이 머릿말에 미리 밝히지 않았다면 이 여행의 동행이 돌쟁이였던 그녀의 딸이였다는 사실은 감히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혼자 하는 여행도 때로는 만사 귀찮을 때가 있는데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와 함께하는 여정은 얼마나 고단했을까? 그러나 딸과 함께 했던 이번 스페인 여행은 여러모로 그녀 자신에게 결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예전에는 스페인하면 플라멩코, 투우, 가우디 등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는 달리의 집에 우뚝 솟은 새하얀 달걀과 캄포 데 크립타나의 새하얀 풍차가 떠오를 것 같다.
소도시로 떠난 여행, 이번에도 역시나 대만족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