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욕망의 리스트 (양장) 그레구아르 들라쿠르(Gregoire Delacourt), 김도연 | 레드박스 | 20120618 평점 ![]() ![]() ![]() ![]() ![]()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일확천금의 꿈. 분명 허황된 이야기인데 우리는 매주 그 행운의 주인공이 새롭게 탄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분의 1. 이 비현실적인 확률에 승부를 걸기에는 천원조차 아까워서 지금껏 로또를 구입해 본 것은 한두 번-소위 말하는 길몽을 꾼 직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그 때마다 본전은 되찾았으니 그리 운이 나쁜 편은 아니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복권 1등 당첨! 불가능에 가까운 이 사건이 평범한 중년 여성, 조슬린에게 일어날 줄이야!
이웃 쌍둥이 자매들이나 관심을 가지던 복권을 그들에게 등떠밀려 우연찮게 사게 된 조슬린. 로또와 유로밀리언 중에서 주인이 유로 밀리언을 주길래 그저 2유로를 내고 기계가 선택한 번호를 받아들었을 뿐이었다. 그동안 조슬린의 삶에서 불확실에 가까운 확률이란 고작 조슬린이 조슬랭이란 이름의 남자와 결혼한다거나, 첫 경험에서 덜컥 임신을 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 그녀가 7,600만분의 1의 확률로 1,854만 7,301유로 28상팀이란 거액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현재 유로화의 환율로 계산을 해 보니 한화로는 대략 260억하고도 4,900만원이 넘는 액수였다. 심장이 멎을만큼 놀랍고 또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수표를 받아든 그녀는 기쁜 것도 잠시, 이로 인해 닥쳐올 가정의 변화 또한 걱정이었다. 그래서 남편에게는 비밀로 하려 했던 것인데 아니나다를까 조슬랭은 당첨금을 가지고 사라짐으로써 그녀의 걱정은 현실로 드러난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던 그녀가 어쩌다 작은 도시에서 수예점이나 하게 되었을까 돌이켜 보는 조슬린의 모습에서 40대 후반의 중년 여성들이 갖게 되는 현실의 우울감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자녀들은 장성하여 이제 엄마의 손길이 필요 없어 졌고, 남편은 그야말로 낯선 중년 남성으로 변해버렸으며, 지금의 그녀는 젊은 시절 꿈꿔온 미래와 저만치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여자에게 있어 갓 태어난 아이의 죽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으로 남는데 조슬린의 남편은 그 아픔을 사치스런 생활과 예쁜 여자를 꿈꾸는 것으로 달래려 한다니 결혼이 남자들의 무덤만은 아닌 듯 싶었다.
처음 수표를 손에 넣고 조슬린은 책의 제목처럼 '욕망의 리스트'를 작성해 나간다. 특이한 점은 수중에 돈이 있을 때 작성한 리스트는 주로 물질적이고 외양적인 변화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남편이 수표를 가지고 사라진 후 한참만에 그 수표의 잔액이 남편의 편지와 함께 돌아오는 일련의 사건을 겪은 후 다시 작성한 그녀의 마지막 리스트는 보다 정신적인 측면이 강하다. 조슬린의 소박하면서도 진심에서 우러난 그녀만의 버킷리스트라 해도 무방하다.
카피라이터 출신의 국내 작가들 작품은 여럿 만나봤지만 해외 카피라이터의 소설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 결론은 충분히 재밌고, 문장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며, 유머 감각도 넘친다. 또 우리 인생에 있어 걱정의 99%를 차지하고 있다는 "돈", "물질적 풍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과연 "돈"만 많으면 정말로 행복한 것인지, 돈을 갖고 도망갔던 조슬랭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되묻고 있다. 우리도 정답은 이미 알고 있다. 그렇지만 돈 앞에서 결코 초연해 질 수 없는 것도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다. 돈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어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 조슬린은 이미 어느정도 해답을 찾은 것 같지만 그녀는 앞으로도 이 문제를 계속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