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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엘리베이터 -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의 재구성

by 푸른바람꽃 2010. 2. 9.

악몽의 엘리베이터

저자 기노시타 한타  역자 김소영  
출판사 살림   발간일 2009.05.01
책소개 어느 날, 이상한 사람들과 엘리베이터에 갇혔다! 기노시타 한타의 '악몽' 시리즈 첫 번째『악몽의 ...

삼삼오오 모여서 무서운 이야기를 경쟁하 듯 끄집어 낼 때마다 한밤중의 엘리베이터는 꼭 끼어 있었다.

그런 까닭에 야심한 시각 홀로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동안, 자칫 옛날 옛적에 들은 무서운 이야기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봇물 터지듯 이곳 저곳에서 소개 받았던 온갖 엘리베이터 귀신들이 내 기억을 헤집고 튀어나온다. 이쯤 되면 층수를 알리는 숫자만 뚫어져러 처다보며 빨리 이 밀폐된 공간을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사방이 꽉 막힌 이 곳에서 귀신과 단둘이 마주하는 상황 따위는 상상으로도 평생 경험하고 싶지 않으니까.

 

매일, 어쩌면 하루 중에도 몇 번이나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는 이처럼 공포의 장소로 자주 등장한다.

이 책의 해설에도 언급되어 있는 것처럼 가장 친숙한 공간이 주는 공포가 더 무시무시한 법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엘리베이터에서의 공포를 밀실 살인사건의 장소로 이용하는 발상도 이렇게 시작되었을 것이다.

 

오가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을 뜬다. 그런 그를 낯선 세 사람이 둘러싸고 한 마디씩 던진다.

대체 여긴 어디고, 그는 왜 기절해 있는 것이며, 이 사람들은 누군지 오가와는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잠시 후 그들에게 상황을 전해들은 오가와는 아연실색하며 이 밀폐된 곳에서의 탈출을 시도하지만 모두가 헛수고였다.

이상해 보이는 세 사람과 어쩔 수 없이 운명공동체로 엮여버린 오가와. 이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앞으로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 오가와, 마키, 사부로 이 세 사람 시선으로 사건은 재구성된다.

이런 독특한 구성 및 서술 방식 덕분에 한 권의 책에서 마치 세 가지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마키의 이야기는 그의 정체때문인지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머가 넘친다. 

 

처음에 독자들은 모두 오가와였다. 오가와처럼 생각하고, 오가와처럼 느끼며, 오가와처럼 이 상황이 의심스럽기만 했다.

그 의심이 사실로 드러나려던 찰라, 독자들은 이제 마키가 되어야 한다. 마키처럼 느끼며 생각하는 것은 조금 무리일테고, 마키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다. 하지만 사건은 계획과 달리 점점 커진다. 모두가 놀라서 어찌할 바 모를 때 마지막으로 사부로가 된다.

 

이미 수습할 수 없을만큼 커져버린 이 일을 어떻게 잘 마무리 할 것인가. 사부로가 되어 머리를 쥐어 짠다. 마키에게 전해 들은 사건의 숨은 이야기는 생각보다 그리 놀랍지 않았다. 이미 마음 속으로 오가와처럼 의심을 품고 있었고, 짐작가던 인물도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정작 놀라기 시작했던 것은 사부로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렀을 때다. 흘려들었던 한 마디 말이 단서가 되어 놀라운 반전이 사부로와 독자를 동시에 강타한다. 그 때 비로소 책의 프롤로그를 다시 읽으며 무릎을 탁! 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이 이 책의 재미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의 표지가 얼마나 의미심장한 내용을 내포하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

 

책 속의 등장인물은 물론이며 독자들까지 감쪽같이 속아 넘긴 이 사건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각각의 인물들이 재구성한 끝에 책의 마지막장에  이르러 숨겨온 전체 모습을 드러낸다. 이래서 추리소설은 언제 읽어도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배우 출신의 작가가 보여준 멋진 필력에 반해 그의 나머지 악몽 시리즈인 '악몽의 관람차'와 '악몽의 드라이브'에 대한 기대도 한층 커졌다. 비록 한동안은 엘리베이터의 악몽에 움찔할지 모르지만, 기노시타 한타... 앞으로 지켜볼 유망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