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즌 파이어 세트(전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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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들의 졸업 시즌인 요즘, 연일 뉴스에서는 그들의 엽기적인 졸업식 뒷풀이에 대한 소식들로 시끄럽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까지도 서슴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차게 되지만, 그들에게는 또 그것이 그들 세계의 룰이자 관례일 것이다.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 10대의 성장기를 지나왔으면서도 내가 그 당시였을 때는 자각하지 못했던 그 세계가 어른이 된 후에는 다가설 수 없는 영역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10대를 지나온 어른들에게 10대들은 수수께끼 같은 존재가 되고 만 것이다.
팀 보울러의 <프로즌 파이어>는 이처럼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 속한 10대 소녀 '더스티'를 주인공을 하여 수수께끼 같은 그들의 내면에 한 걸음 다가선다. 더스티에게는 여느 10대 소녀들처럼 비밀이 많고, 그만큼 거짓말도 능숙하다. 10대들이 하는 말들 중에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기란 매우 힘들다. 그들은 거짓말을 거짓말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귀찮은 관심과 걱정을 차단시키는 방패막이로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입에서 솔직한 말을 기대하는 것은 긴밀한 심리적 유대관계를 형성한 후에도 쉽지 않은 일이다. 더스티의 가족은 현재로서는 그녀를 무척이나 아끼지만 너무 여린 아빠가 전부다. 2년 전 달랑 전화 한 통화로 작별을 고한 조쉬 오빠는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고, 그 여파로 엄마마저 가출해 버렸다.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라고는 더스티에게 아빠뿐인데도 아빠는 더스티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어서 스스로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아이가 바로 '더스티'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척 노력한다지만 더스티도 겁이 나면 울음 먼저 터져나오는 10대 소녀에 불과하다. 그런 더스티에게 낯선 소년이 전화를 걸어 와 사라진 조쉬 오빠만이 부르던 애칭으로 더스티에게 인사를 건낸다. 그 때부터 더스티는 조쉬 오빠를 찾기 위해 한 소년을 쫓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스티에게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누군가에게 쫓기는 등 위험에 처한다. 이처럼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프로즌 파이어>는 이 신비로운 소년에 대한 궁금증만 증폭시킬 뿐 어느 것 하나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은 채 독자들의 애를 태운다. 답답하기는 더스티도 마찬가지다. 소년에게 계속 오빠의 행방만을 되묻는 더스티. 그녀에게 소년은 또 다시 알송달송한 말을 던진다.
"정말 중요한 수수께끼는 오로지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해." (2권 p.80)
누가 이야기 해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그 수수께끼가 드디어 풀렸을 때, 더스티는 충격에 휩싸인다. 그건 독자들에게도 하나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외면하고 싶은 진실일지라도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혼자 감당해 내는 것... 그것 또한 어른이 되는 과정일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었던 더스티는 그녀의 외로움을 고요하게 내리는 눈 속에 묻는다. 이 작품을 '치유 성장소설'이라 부르는 이유도 더스티처럼 마음의 상처를 드러내지 못했던 아이가 스스로 세상과 부딪혀 나가면서 자신의 상처를 달래고 성숙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즌 파이어>는 신비한 현상을 몰고 다니는 의문의 소년과 그에 얽힌 사건들이 장황하게 펼쳐져 있어서 일반적인 성장소설을 읽었을 때의 느낌과는 많이 달랐다. 그리고 2권 중반이 될 때까지도 나는 이 어색한 분위기에 익숙해 지지 않아서 책의 내용에 흠뻑 빠져들지 못 했다. 더스티가 거듭 묘사하고 있는 '차가운 불'이나 '뜨거운 눈송이'와 같은 아이러니한 현상이 왜 내게는 쉽게 와 닿지 않았던 걸까? 지금도 그 의미를 내가 충분히 공감한 것인지 자꾸 의문이 든다. 분명 기이한 현상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무엇이 있는 듯 한데 그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결국 내가 찾아낸 '프로즌 파이어'는 차가운 눈을 맞으며 가슴에 남은 뜨거운 상처들을 식히는 것이다.
그 과정이 곧 뜨거운 눈송이가 차가운 불이 되는 것이며, 더스티가 겪어야 하는 성장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물음표로 남은 그 소년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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