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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의 건강 도시락 - 정성으로 요리한 알찬 도시락 레시피

by 푸른바람꽃 2010. 5. 15.

여보의 건강 도시락

저자 김주리  
출판사 비타북스   발간일 2010.05.01
책소개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기는 도시락 레시피!남편과 아이를 위한 아내의 건강 도시락 레시피『여보의 건강 ...

 

몇 년 전부터 가족이나 친구의 생일이 되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정성을 선물하고 싶은데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나도 무척 행복했다. 그런데 매년 몇 가지씩의 각기 다른 요리를 준비하다 보니 밑천이 떨어져 예전에 했던 음식을 다시 해야만 하나 고민스럽기 시작했다. 간단하면서도 별미로 먹을 수 있는 레시피만 모아진 책이 없을까 찾던 중 <여보의 건강 도시락>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책 소개에서 이 책에 담긴 수많은 레시피 종류들을 보자 깜짝 놀랐다. 그런데 150페이지 남짓한 책에 이렇게 다양한 레시피가 모두 실려 있다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결국 하나도 제대로 담지 못한 요리책을 가끔 만나 실망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책을 직접 보고 판단하기로 하고 '남편 입맛 사로잡는 1등 아내의 비밀 레시피'로 빠져들었다.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는 저자의 레시피를 통해 맛있는 도시락을 직접 싸 보고자 했던 것이 1차 목적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도시락 반찬이라고 해도 특별할 것은 없었다. 매 끼니마다 먹는 반찬을 조금 덜어서 도시락 용기에 담으면 그것이 도시락 반찬이었으니까. 따라서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내가 얻으려고 한 것은 매일 우리 엄마와 세상의 주부들을 고민에 빠트리는 밑반찬 걱정을 덜어드리는 것이었다. "장을 보러 나가도 반찬거리 살 게 없더라"는 엄마의 푸념을 자주 듣다보니, 이 책에 소개된 도시락 반찬을 공략하면 결국 밑반찬 고민도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노림수가 있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내게 <여보의 건강 도시락>은 매우 흡족한 책이었다.

 

우선 이 책의 장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실용성이다. 요리 레시피 책이 실용적이어야 하는 것은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자신의 레시피만 뽐내고 있는 요리책들도 있다. 재료는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고 전문가용 계량기가 없으면 그 양을 도무지 맞출 수 없는 불친절한 레시피들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도입에서부터 밥숟가락과 종이컵이라는 집에서 구하기 손 쉬운 계량기를 소개하고 이 계량 기준으로 레시피를 소개했다는 점을 높이 산다.  둘째, 간편 레시피다. 평소 직접 요리해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는 요리를 하다 망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두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은 어렵고 복잡한 레시피다. 그런 점에서  <여보의 건강 도시락>은 간단하면서도 따라하기 쉬운 레시피들 위주로 그럴듯한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울러 요리에서 기본이 되는 튀기기, 데치기, 삶기 등을 비롯해 각 레시피마다 재료에 관한 건강정보나 다른 활용법과 같은 간단한 Tip도 알려주는 친절함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알찬 내용 구성이다. 이 책에는 총 다섯가지의 도시락 패턴에 따라 각각 열 가지 이상의 종류별 도시락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보통 우리가 도시락 하나에 서너 가지의 반찬을 담듯이 책에 소개된 각각의 도시락에도 김밥이나 초밥처럼 그 자체로 밥과 반찬이 되는 것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세 가지 정도의 반찬이 담긴다. 그러니 이 레시피를 모두 모으면 매우 훌륭한 밑반찬 목록이자, 별미로 즐길 수 있는 요리 레시피가 완성된다.

 

한 번은 갑자기 김밥이 먹고 싶어서 가까운 김밥전문점에 나가는 길이었는데 엄마가 이 사실을 아시고 부랴부랴 재료를 준비해 직접 김밥을 만들어 주신 적이 있었다. 고학년이 되어 소풍 때도 더이상 김밥을 싸지 않게 된 후 오랜만에 다시 맛보는 엄마표 김밥이었다. 들어가는 재료는 사 먹는 김밥과 별 다를 것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엄마표 김밥과 같은 맛의 김밥을 나는 먹어본 기억이 없다. 심지어 내가 만든 김밥도 엄마의 김밥과는 맛이 달랐다. 귀찮고 힘드실텐데 싫은 내색 않으시고 돌돌 김밥을 마는 엄마 옆에서 나는 맛있는 김밥을 꼭꼭 씹어 먹으며 생각했다. 아마도 '엄마의 "정성"이라는 아주 특별한 재료가 이 맛을 내는게 아닐까?'하고 말이다. 정성이 가득한 요리는 사람을 감동시킨다. 사람들은 맛으로 그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만든 이의 마음을 느끼며 그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에는 이 책에서 가장 맛있어 보이는 레시피를 가지고 우리 가족을 위한 식사를 준비해 봐야겠다. 주말 저녁을 더욱 행복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