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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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매일 먹는 밥이 지겨울 땐 스파게티나 비빔국수 같은 간편한 면류들로 시장기를 달래곤 한다. 굳이 따지자면 나를 위한 요리는 이것이 전부였다. 그에 반해 식구들이나 손님, 친구를 대접하기 위해서는 고심하며 레시피도 찾고, 제법 그럴듯한 요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게 있어 요리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가 1차 목적이고, 오히려 나만의 먹거리에는 소홀해 왔던 것 같다. 그런데 싱글들도 맛있고 건강한 식단으로 만찬을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싱글만찬>이 출간되었다고 해서 이제는 나를 위한 요리에도 관심을 기울여 보고 싶었다.
<싱글만찬>이란 책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두 가지 재료로 만드는"이란 문구때문이었다. 1인분 요리를 꺼리는 이유로는 요리 과정에 대한 번거로움도 있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요리 후 남는 재료와 음식들에 대한 처치 곤란의 문제가 더 크다. 요즘은 대형 마트에서 1인용으로 소량 포장되어 나오는 재료들도 많긴 한데 그런 것들은 또 양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라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급적 재료의 가짓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재료 낭비가 줄어든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따라서 "두 가지 재료로 만드는" 레시피는 싱글 요리에 도전하기에 앞서 매우 매력적인 전제 조건에 해당됐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싱글만찬>은 먼저 요리 초심자들을 위해 첫번째 장을 요리의 기본 학습 내용으로 구성해 놓았다. 대부분의 요리책들은 이렇게 첫 머리에는 요리에 필요한 기본 상식들 즉 양념과 재료 준비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싱글만찬>이 좀 더 특별한 점이라면 이 부분을 꽤 상세하게 다루고 있으며, 요리 뿐만 아니라 알뜰한 주방 살림을 위한 노하우를 전수해 준다. 냉장고 정리, 주방청소와 설거지 요령까지 담긴 요리책은 나는 <싱글만찬>이 처음이었다. 이렇게 기본기를 익히고 나면 본격적으로 두 가지 재료만으로도 멋드러진 상차림이 가능한 140여 가지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이 책의 레시피에서 핵심은 재료의 응용에 있었다. "두 가지 재료로 만드는"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한 가지 재료만으로도 조리법에 따라 여러가지 요리가 가능하기때문이다. 시금치 하나로 국도 끓이고 나물도 무칠 수 있다. 우엉으로는 찜도 하고 볶음도 한다. 이렇듯 하나의 재료로 요리 방법만 달리 하면 완성된 요리는 전혀 다른 것이 되는 셈이다. 그렇게 2장의 개인 식단용 레시피와 3장의 손님 접대용 레시피의 소개가 끝나면 궁금해 마지 않던 일명 "재활용 요리" 레시피가 등장한다. 그래도 명색이 요리책인데 4장의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하는 제목이라고는 해도 재활용이란 말의 어감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만큼은 유용한 정보임이 틀림없었다. 요리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하다 보면 꼭 남게 되는 재료들이 몇 가지 있다. 내 경우에는 당근, 양파, 파, 감자 등과 같은 채소들이 그랬다. 이럴 땐 보통 다음 날 된장찌게 재료로 사용해 왔는데, 재활용 요리 레시피에서는 이 남는 재료들을 각각 또 다른 반찬이나 요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레시피들을 알려준다.
우리나라 정서에는 유독 혼자 밥 먹는 것에 대해 청승맞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그래서 혼자 밥 먹는 것도 그렇고 혼자서 잘 차려 먹는 것은 더더욱 낯선 일이다. 하지만 그릇된 인식에서 벗어난다면 자신만을 위한 '싱글만찬'이 일상의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 오늘 저녁에라도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한 멋진 식탁을 한 번 차려보는 것은 어떨까? 일류 레스토랑 부럽지 않는 성찬을 내 집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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