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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누군가 아프리카로 간다고 한다면, 내 반응은 십중팔구 하필 왜 아프리카냐고 되물을 것이 뻔하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내게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라서 그 곳이 궁금하긴 하다. 그러나 직접 그 열사의 땅을 밟아 볼 용의는 없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저마다 여행에서 추구하는 바가 있을텐데, 내게 있어 여행은 새로운 곳에 대한 탐험도 좋지만 여행지에서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따라서 아프리카는 애시당초 내가 가고 싶은 곳 목록에 낄 수가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영 가지 못할 바에는 나보다 모험심이 강할 것이 분명한 누군가를 통해서라도 그 곳을 돌아보는 것이 차선책이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 <그와 우연히, 아프리카>다. 저자는 이십 대 중반의 대한민국 여성이었고, 제목에도 등장하듯 그녀와 함께 떠난 '그'는 의외로 프랑스 청년이었다. 이 국제커플은 오랜시간 메일로 사랑을 속삭였고, 가끔은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장거리 연애로 사랑을 키워오다 인도 여행에 이어 두 번째로 아프리카 여행에 동행하게 된 것이었다. 일단 그곳이 어디가 됐든 이 책의 서두에 등장하는 여행의 목적은 다분히 독자들의 질투를 불러일으킨다. 연인과 둘만의 파라다이스를 찾기 위해서라는 것이 이 여행의 목적이라니 이 얼마나 꿈같은 이야기인가! 하지만 여행지가 아프리카라서 그들의 여정만 놓고 보면 로맨틱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책의 저자와 그녀의 연인은 공교롭게도 이미 아프리카를 각자 다녀온 적이 있었다. 남들은 평생 한 번 가기도 힘든 곳을 서로 다른 이유로 한 번씩 다녀온 뒤 이번 여행으로 다시 그 뜨거운 대륙을 찾게 된 것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그들의 여행기는 혼자 떠돌던 전과 다른 새로운 감흥을 자세히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에는 그 모든 순간을 사랑하는 '그'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한 일임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들이 찾는 파라다이스는 특별한 어떤 곳이 아니었다. 그와 그녀가 비를 피할 지붕이 있고,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며 먹고 살 걱정 없을 정도의 급여를 주는 곳, 그 곳이 그들이 이 여행에서 떠돌며 계속해서 찾는 어떤 곳이었다. 수많은 도전과 실망 끝에 결국 '그'에게 먼저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고, 두 사람은 주저 없이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어줄 '가나'로 향한다. 이런 그들을 보며 나는 참 주어진대로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질려버린 나머지 무엇이든 안정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삶을 살게 됐고, 그래서 어느 순간 모험은 내 삶에서 스르르 빠져 나가 버렸다. 따라서 이 책에 등장하는 '여진'과 '니콜라'는 전후 사정이야 어찌됐건 그 나이에 맞게 뜨거운 열정과 사랑에 도취되어 그들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함께 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지금도 그들은 '가나'에서 어제보다 깊어진 사랑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겠지? 그러나 서아프리카를 종단하면서도 지구가 작다고 느낀 그들이니 아마도 그들이 머무는 그 곳은 정거장에 불과할 것이다. 에필로그를 읽으며 어디를 가든 지금처럼 두 사람이 계속 함께하길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싶어 진다. 책에 실린 다양한 '니콜라'의 사진들 중에서 왜 두 사람의 모습은 안 보일까 궁금했다. 끝까지 안보였다면 조금 섭섭할 뻔 했는데, 이 커플의 사진은 220쪽에서 가까스로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마저도 두 개의 작은 거울에 담긴 무표정한 '여진'과 그런 여진을 찍는 '니콜라'의 모습이 전부다. 그래도 책장을 덮기 전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해 반가움이 컸고, 그런 두 사람의 앞자리에 보이는 하트형 의자 등받이가 그 사진을 다른 어떤 사진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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