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패니 플래그, 김후자 | 민음사 | 20110101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이 작품의 원작소설이 있는 줄도 모른 채 나는 동명의 영화를 먼저 만났다. 1992년에 만들어진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주말의 늦은 밤 TV외화로 종종 방영되곤 했었다. 딱히 흥미위주의 영화도 아니었는데 재밌었다는 그 느낌은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를 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제목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어느 항공사의 TV-CM에도 등장하지만 당시에는 프라이드치킨은 알아도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라는 음식은 난생 처음 들었다. 이 메뉴를 중심으로 하는 ‘휘슬스톱’ 식당은 작품의 주요 무대로 등장한다. 영화의 기억이 거의 잊혀 가고 있던 차에 책으로 만난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간간히 떠오르는 영화 속 장면들과 겹쳐지면서 다시금 나를 1920~30년대 미국 앨라배마 주로 데려다 놓았다.
1980년대에 사는 ‘에벌린’은 요양원에서 ‘니니’를 만나 60여년 전 스레드 굿 집안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집안의 말괄량이 이지가 있었다. 사회 관습적인 여성상에 길들여져 살아온 ‘에벌린’은 착한 아내, 좋은 엄마로서의 역할에만 몰두해 왔었다. 그러나 중년이 되어 남편과의 무덤덤한 결혼생활과 품을 떠나는 자식들, 시어머니의 병환 등이 그녀에게 스트레스를 주었고 ‘에벌린’은 달콤한 것을 먹는데 집착한다. 그녀 스스로 인생이 자신을 스쳐갔다고 말하며 우울증과 폭식증에 시달리던 ‘에벌린’. 그랬던 그녀가 ‘니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지’의 인생을 통해 점차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처음에는 ‘에벌린’처럼 나도 ‘니니’의 옛날이야기가 건성으로 들렸다. 수다쟁이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주는 것 정도에 그쳤는데,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어느새 이야기는 ‘니니’ 입을 벗어나 바로 과거로 돌아가 1930년대 휘슬스톱 식당으로 독자를 이끌기도 한다. 이처럼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우선 내용의 구성방식이 매우 특이하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그 연결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생동감을 넘친다. 다시 말해 여러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공간이 하나의 단락적 구성을 이루며 이야기가 연속되는 형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루할 틈도 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캐릭터와 그 매력을 빼놓을 수 있다. 1920~30년대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지’, ‘루스’, ‘십시’와 ‘빅조지’ 그 밖에 스레드 굿 집안의 사람들과 휘슬스톱의 이웃들은 친근하고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끝으로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여성의 자아성장과 우정, 사랑, 가족애 등은 페미니즘이 아니라 휴머니즘으로 봐도 좋을 만큼 가슴 따뜻한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책을 읽고 나자 과거에 본 영화를 꼭 다시 보고 싶었다. 그래서 연휴동안 어렵사리 구해서 다시 보게 됐는데 늘 그렇듯 원작소설을 읽고 나서 보는 영화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생략되거나 바뀐 내용들이 많았고, 사건 전후의 섬세한 묘사가 빠져 있으니 같은 사건도 그 느낌이나 감동은 훨씬 축소되는 듯 했다. 그리고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캐시 베이츠의 연기력을 떠나서 영화 속 ‘에벌린’은 책에서만큼 절박하게 고독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그녀의 극적인 변화가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영화를 알고 있었던 덕분에 이렇게 훌륭한 원작을 늦게라도 만날 수 있었으니 이 작품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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