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한쪽 눈을 뜨다 은이정 | 문학동네 | 20110216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매일 아침 출근길 버스에서 등굣길의 학생들을 종종 마주친다. 그런데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듣다 보면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학생들이 거침없이 내뱉는 말의 대부분은 조폭 영화에나 나올법한 욕설이나 비속어들인데 그것이 이미 아이들의 언어 습관으로 굳어진 것 같았다. 욕을 섞지 않고 말하는 법을 잊은 요즘 아이들의 교실 안 풍경은 어떨까? 철저하게 적자생존의 규칙이 적용되어 어느 순간 정글로 변해버린 그곳을 <괴물 한쪽 눈을 뜨다>로 들여다보았다.
대한민국의 어느 평범한 교실. 말수가 적고, 행동이 굼뜨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영섭은 학급의 껄렁패들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영섭에게 못된 하이에나로 분류된 그들은 영섭의 돈과 물건을 빼앗고, 그를 괴롭히는 것을 일종의 놀이로 삼는다. 그러나 교실에서 영섭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괜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급우들은 어쩌면 영섭이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이 아니라는 안도감과 동시에 그 자체에 재미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 학급의 반장 태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영섭이 당하는 모습에 안쓰러움을 갖지만 빌미를 제공하는 영섭의 태도에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며 섣불리 그를 도왔다가 자신마저 그들의 타깃이 될까 두려운 마음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학급의 태준과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섭과 태준의 학급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소설이 아니라 실화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생생하다. 초, 중, 고교를 지나오며 이런 일은 비일비재 했다. 늘 한 반에 한 명 정도는 학급 전체의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직접적인 괴롭힘이 아니더라도 그 아이를 철저하게 외로움 속에 가둬두었다. 그리고는 이 모든 일은 스스로 급우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그 아이의 문제라고 책임을 전가하며 우리 자신에게는 면죄부를 주었다. <괴물 한쪽 눈을 뜨다>는 그런 점에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뿐만 아니라 그 주변 인물들의 심리를 각자의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어 매우 새롭다. 그리고 방관자였던 반장 태준과 피해자인 영섭의 ‘괴물성’도 차례로 드러내며 사춘기 소년들의 내면을 보여준다.
성인이 되었을 때 이 아이들은 자신들의 사춘기를 어떻게 추억할까? 가장 풋풋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야할 학창시절이 폭력과 상처, 고통으로 기억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게다가 학교 내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등의 문제는 책 속의 담임교사 포함해 우리 모두의 숙제로 남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만한 좋은 사례나 경험이 있다면 서로 공유하며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쪽 눈을 뜬 괴물이 어느 순간 두 눈을 부릅뜨고 우리를 직시하기 전에.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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