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혼자 올 수 있니 강성은, 이석주 | 미래인(미래M&B) | 20101231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외롭고 쓸쓸했다. 최근에 읽은 <윈터홀릭 두 번째 이야기 : 다시 만난 겨울 홋카이도>와는 또 다른 느낌의 고독이었다. 이 책이 사진작가 故 이석주의 유고집임을 알고 봐서 더 그랬는지 모른다.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눈을 좋아하던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14일간의 여행을 떠났다. 혼자서 눈의 나라로... 그가 여행한 곳은 가까운 일본에서도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한 아키타와 홋카이도 등지였다. 아키타라는 이름만 봐도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 나였기에 이 책에서 그립기만 한 그 곳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다시금 마음이 설레어 왔다. 그러나 <너 혼자 올 수 있니>에서 나는 쉽사리 아키타를 찾을 수 없었다. 어디서 찍은 어떤 사진인지 책에서는 그 설명을 과감히 생략해 놓았다. 대신 이석주 작가와는 일면식도 없다는 시인 강성은이 그의 사진과 대화하듯 담담히 써내려간 글로써 사진의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모든 것을 하얗게 덮어 버리는 설경 속에서 이석주 작가는 묻어두고 버리기 위해 그곳으로 갔다고 한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에게는 참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버리려고 떠난 여행에서 그는 새로운 사람을 마음에 담아왔고, 사라진 줄 알았던 꿈과 희망을 발견해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그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그는 세상을 떠나고야 말았다. <너 혼자 올 수 있니>에서 안타깝지만 이석주 작가의 글은 짧게 적은 메모 외에는 만나보기 힘들다. 그러나 그 짧은 글만으로도 나는 그가 생전에 쓴 다른 글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의 블로그에서 이 책에 미처 실리지 못했던 수많은 사진과 단상들, 무엇보다 이석주 작가의 개인적인 느낌들을 글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사진을 보고서도 내가 다녀온 그곳이 맞는지 알 수 없었던 풍경들은 그의 블로그에서 다시 만나며 반가움에 한참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여로를 따라가며 책으로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던 저자의 숨결을 더 생생하게 느꼈다. 책을 읽다보면 당연히 생기는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특히나 이 책을 보며 나는 이석주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이 궁금증은 그의 블로그를 통해 어느 정도는 해소된 듯 하다. <너 혼자 올 수 있니>는 그의 마지막 꿈의 조각이었다.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에 그는 얼마남지 않은 생의 한 자락을 내려놓았다. 그래도 그는 후회 대신 죽기 전에 다녀와 다행이라 했다. <너 혼자 올 수 있니>에서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이석주 작가의 공백은 그의 블로그에서 꼭 메우라고 권하고 싶다. 멋진 글을 써준 강성은 시인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그녀의 글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았던 그 무엇이 있었고, 나는 그것을 이석주 작가가 직접 전하는 새로운 사진과 글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꿈 많고 재능 있는 멋진 사람의 부재가 더 없이 안타깝고 슬퍼서 마음이 먹먹한 겨울날이다.
호련 이석주 사진작가의 블로그 : http://blog.naver.com/soar0108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冊 it now'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0) | 2011.02.06 |
---|---|
너를 사랑한다는 건 (0) | 2011.02.06 |
불놀이 - 시대적 아픔과 개인의 비극이 초래한 恨의 악순환 (0) | 2010.12.26 |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로 떠난 예술 기행 (0) | 2010.09.09 |
아무르 수르 벨르 마을사람들의 유쾌한 사랑찾기 (0) | 2010.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