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풍경 (양장) 조정래 | 해냄출판사 | 20110225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겪어야 할 희노애락과 맞닿아 있다. 그것이 인생이든 어떤 제도이든 자리를 잡아가고 발전하며 약해지고 소멸한 후 새로운 탄생을 거듭하는 이 순환의 고리는 그 주기를 반복하며 역사를 만들어간다. 조정래 작가의 <상실의 풍경>은 이러한 대한민국의 태동기를 거쳐 충돌과 분열 속에 안정화를 찾기까지 벌어졌던 다양한 형태의 소음들과 그로 인해 고통받고 힘들어했을 사람들-그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대다수의 소시민들-이 그 주인공이다.
조정래 작가의 대다수 소설들이 그러하듯이 이 책 역시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고 철저하게 소외되었던 일상 속의 우리들 모습을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다. 책을 구성하는 이야기의 흐름은 기존의 책들처럼 한 가족과 그 주변인이라기보다 다양한 소외 계층을 하나씩 모티브로 삼아 저자가 1970년부터 1972년에 이르기까지 썼던 단편 소설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놓았다. 따라서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그 시절에 대한 향수나 아픔을 자극하며 동질감을 불러일으키고, 나처럼 그 시대를 겪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매체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을 여과없이 만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이 이야기 하는 "상실의 풍경"은 우리가 바쁘게 살아오는 동안 잠시 잊었던 우리의 과거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한창 이념과 사상의 갈등 속에 연좌제로 인해 자신의 꿈도 포기해야 하는 청년, 국가 재건을 명목으로 행포를 일삼던 미군, 도시화와 산업화도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 등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던 우리가 빠르게 지나쳐 왔던 풍경들이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각각의 이야기도 다시 살아난 느낌이다. 떠들썩하던 그 시절의 군중들과 소시민들의 일상이란 조정래 작가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이 조정래 작가의 <한강>이나 <태백산맥>, <아리랑> 등과 같은 장편소설들의 연장선에 있는 듯 하면서도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아직도 역사의 이 순환 고리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최적의 괘도를 찾기 위해 겪어 내야만 하는 다양한 충돌과 아픔 그리고 소멸... 그 과정을 거친 후 유지되는 가장 적절한 거리와 균형. 어쩌면 우리는 이 적절한 균형을 위한 여정에 몸을 맡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정래 작가의 눈을 통해서 그 치열했던 지난 70년대 대한민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었던 <상실의 풍경>! 잃어버린 줄 알았던 그 시간의 기억을 작가의 글을 통해 다시금 떠올리고 되돌아 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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