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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풍경과 함께 한 스케치 여행

by 푸른바람꽃 2011. 4. 10.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이장희 | 지식노마드 | 201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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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1년에 두어번도 가지 않을 서울을 요 근래에는 한 주에 한 번 꼴로 다녀오게 됐다. 며칠 전 서울에서 있었던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업무 출장과 함께 절친한 친구의 결혼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 도착하면 '아~ 내가 서울에 왔구나!'하고 절실하게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그것은 서울역사에서 지하철 타는 곳으로 이동하는 때이다. 모두 누군가에게 쫓기듯 거의 뛰다시피 잰걸음으로 이동하고 바쁜 일이 없는 나도 덩달아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이런 도시의 분위기는 내가 사는 곳과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정작 서울에 올 때마다 느긋하게 뭔가를 감상하고, 구경해 본 기억도 거의 없어 늘 아쉬웠다. 그러다 2주 전쯤 우연찮게 서울에서 샤갈전이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 시립 미술관을 찾았다.

 

전시회의 마지막날이라 사람들이 좀 많겠구나 예상은 했지만 아니나다를까 행렬은 미술관 앞을 한 바퀴 돌아나와서 도로변까지 이어져 있었다. 돌아오는 차편이 예약된 상황이라 결국 관람은 포기하고 갑자기 남아도는 시간들을 어찌 보내야 하나 막막하기만 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미술관 바로 앞에 있는 덕수궁이었다. 덕수궁의 석조전과 돌담길... 말로만 듣던 그곳을 샤갈전 대신에 둘러본 것은 의외의 수확이었다. 모처럼 서울에서 여유를 되찾은 기분이랄까. 다리는 아프고, 길을 몰라 헤매기도 했지만 그 덕에 서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읽게 된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를 통해 지금까지 몰라서 그냥 지나쳐 왔던 서울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풍경과 함께한 스케치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저자의 '뉴욕' 편에 이은 두 번째 스케치 여행 책인 듯 하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건축물과 풍경 그림들은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일러스트를 그려온 저자가 직접 스케치한 것들이다. 연필로 슥슥 그린 스케치가 이렇게 섬세할까 감탄하는 사이 저자는 건축물에 대한 상식과 지식을 독자들에게 글로써 전달해 준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경복궁만 봐도 경복궁을 이루는 석상 하나, 지붕의 기와 한 장, 심지어 바닥의 쇠고리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관찰과 조사를 바탕으로 스케치로 보여주고 글로 설명하고 있어 경복궁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된다. 경복궁 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명동, 수진궁, 효자동, 광화문광장, 종로, 청계천 등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덕수궁 돌담길을 돌아나와 광화문 역을 지나쳐 걸어왔던 그 광화문 광장에 숨겨진 이야기가 이토록 많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다. 평범해 보였던 고층 빌딩이 들어선 자리가 사실은 역사적인 장소이고, 익숙한 건물의 유리창에서도 이야기가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외지인이 한국에 이주해 와서 지은 '딜큐샤'라는 이국적인 이름의 건물이 서울에 있음을 아는 사람이 정말 몇이나 될까?

 

이 여행은 서울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본다는 인사동을 끝으로 마무리 된다. 인사동에도 쌈지길만 있는 줄 알았더니 역시나 그 외에 더욱 많은 풍경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아는만큼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여행 전에 여행지에 대해 많은 사전 조사를 하고 떠나는 편이다. 누군가는 그런 나를 보고 그렇게 다 알고 떠나는 여행은 설렘이 없지 않냐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곳까지 갔다가 모르고 그냥 지나쳐서 아쉬웠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여행은 여행 그 자체가 안겨주는 설렘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으며, 알고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있는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는 서울을 재발견하게 해 준 새로운 여행에세이 였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