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코믹스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Apostolos Doxiadis), 전대호,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Christos H. Papadimitriou), 알레코스 파파다토스(Alecos Papadatos), 애니 디 도나(Annie di Donna) | 랜덤하우스 | 20110214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버트런드 러셀'. <수학원리>를 집필한 수학자이자 논리학자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그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수학, 과학, 논리학 등과는 담을 쌓고 살아왔는데 누군가는 이 학문들을 연구하는데 그의 인생 전부를 걸었다. <로지코믹스>는 만화라는 형식을 통해 '버트런드 러셀'의 삶과 그의 사상 등을 비교적 알기 쉽게 전개해 나가고 있다. 여기서 내가 굳이 '비교적'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그 내용에 대한 이해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수학이나 논리학에 대한 식견이 없다 보니 '1+1=2'라는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이 수식을 왜 증명해야 하는지 나는 그것 자체가 의문스러웠다. 그러나 학자들에게 당연한 무엇은 없었다. 모든 사물은 증명하기 위해 존재했고, 이미 증명된 그 무엇도 또 다른 가설을 세워 충분히 거짓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논리학이었다.
이런 논리학에 심취한 학자들에게서 가정과 상상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는데 이처럼 학문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많은 학자들이 망상과 정신분열 등으로 고통 받았다. '버트런드 러셀' 또한 팸브로크로지에서 보냈던 유년기와 엄격한 할머니의 양육방식 및 정신병력을 가진 가족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 같은 학자들의 천재성과 광기는 예전에 보았던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존 내시를 떠오르게 하기도 했다.
<로지코믹스>는 독일의 폴란드 침공 직후에 뉴욕의 어느 대학에서 ‘인간사에서 논리의 역할’을 주제로 한 '러셀'의 강연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의 입을 통해 '러셀'의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논리적인 것을 유독 좋아했던 한 소년이 청년이 되어 그가 평생을 갈망해 온 참된 '앎'에 도달하는 여정이 차례대로 펼쳐진다. 그 과정 속에 그는 사랑을 만나고 이별을 하며, 그가 존경해 마지 않았던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와 고틀로프 프레게, 게오르크 칸토어 등과의 만남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에서 이런 천재들과의 만남은 상당 부분 허구적 상상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극적 전개를 위해 이들의 이야기를 '러셀'의 이야기와 함께 실음으로써 지식의 토대를 찾기 위해 씨름했던 그들의 모습을 대강 그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유명한 '러셀의 역설'이 탄생하게 된 과정도 알 수 있다. 이후 화이트헤드 교수와 함께 그는 <수학원리>의 집필에 몰두한다.
이후 그의 철학적 후계자였던 비트겐슈타인과 괴델 등의 이야기가 전개되며 책 속 강연의 마지막에 이르러 그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빌려 "과학이 밝혀낸 사실들을 전부 다 알아도 세계의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p.300)고 전한다. 일생을 진리를 찾아 헤맨 그의 입에서 결국 마지막 말은 진리에 이르는 왕도란 없으며 그 모든 것을 알아도 결국 진실을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논리학의 한계를 드러낸다. 만화의 형식이긴 하지만 이 만화가 재밌었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스스로 논리학에 대해 갖고 있던 어렵고 딱딱한 학문이라는 고정관념을 <로지코믹스>가 없애 주었다면 좋았겠지만, 이 만화를 읽고난 지금도 여전히 나는 논리학이 지능적인 말장난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궤변으로 들리니 말이다. <로지코믹스>의 충분한 가치를 느끼기에는 아직은 논리학에 대한 소양이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후에 '버트런드 러셀'을 비롯한 논리학자들의 업적을 제대로 볼 수 있을 때 <로지코믹스>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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