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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피넛

by 푸른바람꽃 2011. 4. 10.
미스터 피넛 1 미스터 피넛 1
애덤 로스(Adam Ross), 변용란 | 현대문학 | 201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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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사랑하지만 미치도록 죽이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이 발칙한 상상의 대상은 다름아닌 이 책에 등장하는 남편들의 아내들이다. 이쯤되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을 것이다. 영화 '장미의 전쟁'이나 '마누라 죽이기' 등이 이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스릴러 영화 가운데서도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남편의 이야기나, 남편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아내의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는 등 남편과 아내의 관계가 한 순간에 살벌하게 변질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줘 왔다. 애덤 로스의 <미스터 피넛>에도 세 명의 남편과 그들의 아내가 등장한다.

 

책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페핀은 결혼 13년차로서 고도 비만인 아내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그 아내가 죽기를 바란다. 또 형사인 워드 해스트롤은 느닷없이 아내에게 살인 충동을 느끼며, 의사인 샘 셰퍼드(유명한 영화 '도망자'의 주인공 남자를 모델로 삼았음)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후 나중에야 누명을 벗고 의사에서 형사로 전업한다. 그런데 처음에 등장했던 페핀의 아내 앨리스에게는 다양한 음식 알레르기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땅콩은 그녀에게 독약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녀가 땅콩 알레르기로 사망하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남편인 데이비드가 지목되면서 사건은 점차 미스터리 장르를 넘나든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은 결말에 이르면서 서서히 드러나지만 그 결말도 그닥 속 시원한 해결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직접적인 살인과 간접적인 살인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군가를 죽이는데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 것은 똑같다는 생각이 들며 씁쓸함을 남긴다.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했던 바는 눈부신 사랑만 가득할 것 같은 결혼의 현실적인 어두운 측면이었던 같다. 사랑하던 두 사람의 결합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서로에 대한 신비감마저도 모두 사라진 때에 이르러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며, 그것으로 결혼 생활을 지탱해 나가기에 충분한 것인지 저자는 주인공들의 블랙 코미디와 같은 결혼 생활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아내의 입장에 동조하게 되었고, 그래서 남편들의 무심함에 이만저만 실망스러운게 아니었다. 물론 남편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이해해 주는 아내를 기대하겠지만, 아내에게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상대의 죽음과 같은 허무맹랑한 상상 따위가 아니라 진심어린 대화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세 명의 남자와 그들의 아내가 이야기가 교차되며 각자의 사건이 분리되어 있는 듯 하지만 또 이어져 있는 이 작품의 이야기 전개는 대단히 산만하다. 그래서 집중해서 읽기에 어려움이 있었고, 1권과 2권의 사건들의 내용만 놓고 보면 흥미롭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차라리 중심되는 살인 사건만을 놓고 그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반전이 거듭되었다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대신 다양한 인물들이 가지고 있었던 결혼의 단적인 모습들을 만나기에는 제약이 따랐을 것이다. 책 속의 세 커플이 보여주는 결혼의 허와 실... 요즘처럼 때가 되었으니 적당한 사람과 조건에 맞추어 하는 결혼이 보편화 된 시기에 한 번쯤 결혼의 어두운 면도 직시하게 하는 책이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