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공주 한소진 | 해냄출판사 | 20110315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조선의 역사는 왕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존여비의 유교 사상때문이기도 하지만, 돌이켜보면 조선 이전에도 여성이 중심이던 역사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 드라마와 책으로 "선덕여왕"이 재조명되었을 때는 우리의 역사에도 여성이 지도자였던 시절이 있었음을 다시금 일깨워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 <선덕여왕>을 썼던 한소진 작가가 이번에는 세종대왕의 둘째딸 "정의공주"에 대한 이야기인 <정의공주>를 펴냈다.
우선 세종대왕의 아들인 대군들에 대한 이야기는 몰라도 그의 딸들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의 장녀 '정소공주'의 죽음과 둘째딸 '정의공주'의 삶, 그리고 훈민정음의 창제에 있어서 그녀의 역할 등은 왜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가득 담고 있었다. 왕실의 핏줄이었으나 장녀가 아닌 차녀였던 정의공주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사랑이 언니에게만 쏠려 외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갑작스런 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는 그 상처로 딸에 대한 마음을 닫는다. 왕의 여럿 자식들 중에서도 총명하고 속 깊은 정의공주였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보다 왕가의 여인으로 살아가야만 했다. 그래서 '안맹담'과 혼례를 치뤄 출가하게 되지만 이미 남편은 다른 여인을 마음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내로서 남편의 사랑마저도 다른 여인에게 양보해야 했던 그녀의 가슴 아픈 결혼 생활은 당시 무조건 여자가 인내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던 조선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의공주'의 삶을 보며 자연스럽게 연상되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비교되기도 했던 사람이 작년에 <한중록>을 통해 만났던 '혜경궁 홍씨'였다. 두 사람 모두 왕가의 일원으로 제약된 삶을 살아야 했던 조선의 여인들의 단면을 미루어 짐작케 해 주었다. 그러나 <한중록>과 달리 소설로 각색된 <정의공주>에서는 비록 다른 남자 형제들처럼 정치에 적극 개입할 수는 없지만 백성들을 위해 한글 창제에 발벗고 나섰던 그녀의 당찬 모습이 팩션이라 할지라도 매력적이었다.
일국의 공주가 짊어져야 했던 숙명적 불행과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부왕의 숙원이었던 우리말 창제의 깊은 뜻을 받들어 백성을 아끼는 사려깊은 마음으로 결국 훈민정음의 가장 큰 어려움을 '정의공주'의 지혜로 풀어나간다. 그러나 여자라는 이유로 한글 창제의 일등공신이었지만 자신의 공적을 숨겨야 했던 정의공주. 그렇게 창제된 이후에도 한동안 괄시받았던 우리의 말과 글은 지금에 와서는 전 세계적으로 독창적인 문자로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 한글 창제는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역할이 전부라고 믿었던 내게 <정의공주>는 여자라는 이유로 감추고 참고 억제하기를 강요받던 유교사회에서 모든 운명을 수용하면서도 아버지의 가장 큰 조력자로 활약했던 '정의공주'를 처음으로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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