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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it now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

by 푸른바람꽃 2011. 4. 17.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
선안남 | 시공사(단행본) | 201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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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책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다양한 인물들의 인생사를 보여준다. 그래서 나라와 인종, 언어, 신념을 초월하여 영화를 통해 내가 아닌 그 누군가의 삶을 살아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들의 모습에서 내 안의 숨겨진 모습을 재발견 하기도 한다. 그렇게 인생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거나 큰 위로를 받게 된다.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는 이처럼 영화에서 찾아낸 인간의 심리적 기제들에 대해 분석하여 재밌게 소개하고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소개된 영화들의 낯익은 제목에 반가웠을 것이다. 내게 있어 책과 영화는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것들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뤄진 영화들도 모두 보았던 영화들이라 책을 읽으며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영화를 볼 때 킬링타임용으로 아무 생각없이 웃고 지나쳤던 영화들이 있는 반면에 보고 나서도 오랫동안 영화 속의 특정 장면이나 대사가 기억에 남았던 영화들도 많다.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에서 내가 차례를 뛰어넘어 가장 먼저 읽었던 작품은 "김씨 표류기"였다. 이 영화는 보고 나서 꼭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싶을 만큼 독특하면서도 현대인들의 외부와의 소통에 대한 갈망과 반대로 철저하게 고립되고자 하는 이중적인 심리를 재치있게 묘사한 작품이었다. 이 책에서도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학문적이지만 어렵지 않게 풀이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

 

이 밖에도 크게 공감하며 읽었던 내용은 영화 "사랑의 레시피"에서 소개된 완벽주의였다. 저자의 말처럼 스스로를 "완벽"이라는 경직된 틀에 자꾸 끼워넣으려고 했던 나 자신으로 인해 업무 중 스트레스 상황 속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열 가지 중 단 한 가지가 흐트러져도 그것이 완벽을 깨어버렸다는 생각에 계속 실수를 곱씹으며 괴롭혔던 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었다. 이런 쓸데없는 완벽주의를 벗어나려고 노력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는 중에 과연 진심으로 사고방식을 전환하기 위해 내가 애썼던가 자문하게 되었다.  

 

이처럼 이 책에서 다루는 27편의 영화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순간들에 대한 마음을 비추는 거울과 같았다. 심리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어서라기 보다 사람이기에 누구나 갖게 되는 마음들, 그 심적 변화들이 영화 속 인물들로 대변되어 우리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속 인물들의 사랑, 아픔, 이별, 욕망, 분노 등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과 다를 바 없다. 이것들을 상담심리사로 활동중인 저자가 우리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어루만지듯 이야기해 주었다. 상처와 치유, 내면과 변화, 관계와 소통, 사랑과 욕망이라는 네 챕터로 분류된 속에 각 영화들마다 중심이 되는 심리적 요소를 저자는 마지막에 소개해 주어 책의 재미적 요소뿐만 아니라 심리학에 대한 상식의 폭도 넓혀 주었다. 이 내용들은 대학 때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심리학 수업에 대한 기억을 떠오르게 했는데 당시에는 암기와 시험의 압박으로 좀처럼 흥미를 느낄 수 없었던 심리학이 이 책에서는 너무도 흥미롭게 느껴져 역시 같은 학문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수용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담이지만 이 책에서와 같이 영화를 통해 심리학을 공부할 수 있는 교양과목이 개설된다면 아마 학기 초 수강신청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과목들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우리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닫고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몸이 아프면 서둘러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지만, 마음의 병은 무관심하게 방치되곤 한다. 가끔은 우리 마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 조용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 마음이 곧 가장 솔직한 모습의 나 자신이니까. 그리고 웃음과 위로가 필요할 때 혹은 내 마음이 복잡할 때 영화를 보자.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도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또 다른 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문득 내가 본 영화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라는 영화에 대한 저자의 분석도 궁금하다. 저자는 이 영화를 보았을까? 보았다면 이 영화는 어떠했는지 기회가 된다면 물어보고 싶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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