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신현림 | 걷는나무 | 20110404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몇 달 전에서야 이창동 감독의 "詩"를 보게 됐다. 김용택 시인이 직접 영화에 등장해 관객들을 향해 "시"를 이야기 한다. 수업의 첫 시간은 당연한 듯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됐기때문이다. 시인은 시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며, 우리의 삶을 둘러보면 모든 것들이 시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언제 부터인가 시를 멀리해 온 듯 하다. 초등학교 시절만 하더라도 곧잘 시를 지어 백일장에 나갔었고, 예쁜 삽화가 그려진 액자까지 만들어 교실 앞 복도에 걸어놓곤 했었는데 말이다. 신현림 시인의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은 실로 오랜만에 읽는 "시집"이었다.
시인들은 어떤 시를 읽고, 어떤 시를 마음에 담고 있을 지 궁금했었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은 그녀의 딸을 위해 시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엄마가 한 편, 두 편 골라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간 여러 편의 에세이도 냈던 저자의 개인사를 익히 아는 독자라면 그녀가 딸을 생각하는 마음 역시 무척이나 각별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런 딸에게 위로와 용기, 격려와 사랑 등을 세계 각국의 시인들이 남긴 작품으로 전하고 있다. 엄마와 딸 사이가 아무리 가깝다고 한들 가끔은 이 세상 그 누구의 그 어떤 말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차라리 이 책에 실린 어느 싯구가 더 마음에 와 닿기도 한다.
시를 자주 못 읽는 대신 매일 아침 이메일로 배달되는 좋은 글귀들이 내게는 그렇게 다가왔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책의 시들을 하나씩 읽어나가며 마음의 위안을 삼아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에서 본문에 실린 시만큼이나 마음을 울리는 글은 책의 맨 처음, 신현림 작가가 그녀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글과 같은 프롤로그였다. 시를 짓는 사람이 시를 권하는 이유. 그리고 그것이 딸의 인생에서 어떤 힘이 되었으면 바람 등이 그대로 느껴지는 글이었다.
정감있는 삽화와 함께 90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그 중에는 보자마자 친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시들도 있고, 어쩜 내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해 놓았을까 신기할 정도인 시들도 있다. 그리고 시들을 다 읽어갈 무렵이면 저절로 깨닫는다. 시가 어떻게 사람에게 힘을 주는지... 아마도 저자는 이 책에 실린 시들도 기승전결 이야기의 흐름이 있는 소설처럼 배열해 놓았나 보다. 시집을 읽었음에도 마지막 시를 읽고 나면 한 편의 소설을 읽은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주옥같은 시들을 지은 시인들의 짧은 약력들이 소개되어져 있어서, 간단하게나마 시인들의 대표작과 작품 특색 등을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는 외로울 때 시를 읽으라 했다. 나 역시 어느 날 문득 혼자라고 느껴질 때 조용히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자꾸 곱씹을 수록 시의 맛이 더해져 허기진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 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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