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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이야기

by 푸른바람꽃 2011. 5. 18.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양장)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양장)
설흔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1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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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통해 김려의 문장들을 처음 만나게 됐다. 소설 자체는 크게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김려’라는 문인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이번에 “제1회 창비 청소년 도서상”을 수상한 작품이 바로 정조시대 ‘김려’와 ‘이옥’의 이야기를 다룬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였다. 범상치 않은 제목 역시 이옥의 문장에서 빌려온 것이다.

 

 

이야기는 ‘이옥’의 아들 ‘이우태’가 고을 현감인 ‘김려’를 찾아와 제 아비의 글을 놓고 흥정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김려’에게 ‘이옥’은 한시도 내려놓지 못했던 마음의 짐과 같았다. 당시 그의 친구였던 ‘이옥’을 옹호하지 못한 것과 함께 일신의 안위만을 걱정했던 자신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었다.

 

그 사연인 즉, 조선 중기 선진 문물들과 함께 청나라에서 유입된 패관문체가 양반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있었던 것에 반해 정조는 문체반정(패관잡문(稗官雜文)이나 소설의 문체를 배척하고 고문(古文)으로 환원시키려는 문풍개혁정책)을 선언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선비들은 엄중하게 처벌하였다. 그 본보기로 임금의 눈 밖에 나 고초를 겪은 이가 바로 ‘이옥’이었다. 그러나 어디 ‘이옥’만이 소설의 문체에 빠져 있었겠는가! 그렇지만 ‘이옥’을 편드는 이 하나 없었고, 그는 죽는 날까지 자신이 추구하는 문체로 글을 쓰고, 시를 읊으며 떠돌다 세상을 떠난다.

 

 

그의 친구였던 ‘김려’는 끝내 ‘이옥’에게 살갑게 손을 내밀지 못했다. 그 부채감으로 그는 ‘이우태’를 지켜보기로 한다. 그러다 마을의 유지에게 빌미를 잡혀 ‘이우태’는 위기에 처하고 ‘김려’는 환상으로나마 친구 ‘이옥’을 만나 지난날을 회상하며 그들이 지은 글과 시를 함께 나눈다. 책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이 책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이옥’과 ‘김려’의 문장들에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들이 쓴 소설체가 너무도 익숙한 것인데 조선시대 에는 쓸데없이 묘사만 잔뜩 늘어놓은 하찮은 글로 평가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현대에 읽는 조선시대 ‘이옥’의 시기(市記)는 놀랍도록 생동감 넘치는 시장의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이후 환상 속에 보이는 ‘이옥’에게 이끌려 ‘김려’가 부령과 진해에서 유배생활 하던 때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김려’의 작품들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내용이 ‘김려’의 귀양살이를 서술하고 있으며 정작 중요한 두 문인이 우정을 나누었던 대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마치 예고된 반전처럼 ‘이우태’가 어찌하여 ‘김려’의 글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 풀어지는데 이 부분이 ‘김려’를 향한 ‘이옥’의 마음을 확인하는 대목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두 사람이 함께 임금의 탄압에 고뇌하면서도 서로 글로써 마음을 나누던 시절을 심도 있게 다뤄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따라서 기회가 된다면 청소년 도서가 아닌 제대로 된 역사 소설로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