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 기노시타 한타, 송태욱 | 바다출판사 | 20110420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이런 가족이 이 지구상에 또 있을까? 소설이라지만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국내에서는 ‘악몽’ 시리즈로 알려져 있는 배우 겸 작가 기노시타 한타의 <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는 상상초월의 일가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황당무계한 사건들을 통해 우리가 가장 가깝게 생각하고 있는 가족 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붕괴 일보직전에 놓인 이 가족의 관계 회복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집안의 가장인 ‘겐키’는 나이 어린 애인에게 실연 당한 슬픔을 달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긴 미끄럼대 오르겠다며 온 가족을 이끌고 가족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에서 유일하게 끼어든 가족 외 인물은 ‘겐키’의 아들 ‘아유무’의 과외선생인 ‘한나’이다. 어쩌다 동행하게 된 ‘한나’는 겐키의 아이를 임신한 채 그의 아들과 육체적 관계를 가짐으로써 어찌 보면 이 책에서 문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은 ‘한나’로부터 시작되어 ‘겐키’의 딸 ‘유비코’로 이어지고 실제로는 각자가 이 여행을 떠나온 각기 다른 목적들이 만들어낸 문제가 얽히고설켜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읽는 내내 “말도 안 돼!”라는 말이 연신 튀어 나오고 결말마저도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편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 작품은 종종 실소를 머금게 하는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돋보인다. 또한 뒤죽박죽인 사건들 속에서도 나름의 반전이 극의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내가 찾은 이 책의 장점은 딱 여기까지다. 책의 내용이나 등장인물들은 전혀 대중적이지 못하다. 너무 특이하다 못해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나 ‘겐키’에 대한 엔딩은 도저히 웃지도 울지도 못하겠다. 그래서 <폭주가족 미끄럼대에 오르다>는 내용의 식상함은 탈피했을지 모르나 대중의 공감은 얻기에는 다소 힘들어 보인다.
어쨌든 이 작품의 저자는 독자에게 은근히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당신의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하고 말이다. 속내를 모두 안다는 착각 속에 살지만 가족 간의 단절은 현대의 가족들이 모두 안고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주제의 소설들은 그간 종종 있어왔다. 평범한 주제를 저자는 다소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풀어내고 있어서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기노시타 한타의 ‘악몽’ 시리즈를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던지라 이 작품에 대한 기대 역시 꽤 컸었는데 너무도 예상 밖의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놀랐고, 그 내용이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러나 저자의 ‘악몽’ 시리즈는 여전히 기다려진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冊 it no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따뜻한 집밥 : 영양과 건강을 한 상에 차리다 (0) | 2011.05.25 |
---|---|
컴백홈 (0) | 2011.05.24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0) | 2011.05.22 |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이야기 (0) | 2011.05.18 |
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 (0) | 2011.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