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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

by 푸른바람꽃 2011. 5. 15.
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 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
백승선, 변혜정 | 가치창조 | 201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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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에 폴란드 출신으로 지역 대학 쇼팽음악원 교수이자 피아니스트로 활동중인 음악가를 협연자로 모신 적이 있다. 어눌한 한국어였지만 만날 때마다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하던 그가 방학 기간 중 본국에 다녀왔다며 초콜릿 한 상자를 선물로 주었다.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만나본 폴란드인이 건낸 폴란드의 문물이었다. 이전까지 나는 유럽 여행하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을 떠올려 봤지만 폴란드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 피아니스트와의 만남을 계기로 난생 처음으로 폴란드라는 나라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우연찮게도 이번에 새로 나온 번지는 곳 시리즈의 네번째 주인공이 폴란드였다. 쇼팽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은 적이 있던 이 피아니스트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을 것이다. '왜 폴란드를 보고 선율이 번지는 곳이라 했을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폴란드... 그곳에는 사랑을 노래한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 쇼팽이 있음을...

 

수도인 바르샤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책은 처음부터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도시의 대부분은 파괴되었고, 인구의 60%는 사망한 곳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모습이 버젓이 사진에 등장하고 있다. 국민들의 땀과 눈물로 재건한 도시가 바로 바르샤바다. 저자가 보여주는 바르샤바 기념 엽서만 봐도 도시의 상흔이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의 폴란드는 그들이 만들어낸 도시의 기적을 자랑스러워하며 누군보다 깊은 애정으로 고국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바르샤바의 성십자가 교회에서 쇼팽의 심장을 만났다. 일생 뜨겁게 뛰었을 그의 심장은 육신이 묻혀있는 프랑스를 떠나 고인의 유지대로 고국의 땅 바르샤바에서 영원히 잠들게 되었다. 지난 4월의 연주회 때 프로그램에 그의 교향곡 제4번을 다루며 쇼팽과 그의 사랑 클라라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알게 되었는데 마치 전설 속의 인물과도 같이 느껴지던 사람을 이 책을 통해 그의 심장이 잠든 곳, 그의 낡은 피아노 등을 만나게 되니 비로소 실존했던 인물이었음이 실감나기도 했다.

 

그러나 폴란드에는 쇼팽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코페르니쿠스와 퀴리 부인의 나라이기도 하다. 바르샤바를 떠나 토룬에서는 코페르니쿠스의 생가와 그의 동상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유명한 진저 브레드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란히 진열된 다양한 포장의 진저 브레드를 보고 있으니 생강향이 솔솔 풍기는 것만 같다.  이어서 브로츠와프에서는 숨바꼭질 하듯 도시 곳곳에 숨어있는 난쟁이들을 만나는 재미가 가득하다. 익살스런 모습의 이 난쟁이들은 생각보다 나이가 어린 축에 속했다. 2005년 여름부터 브로츠와프에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데 지금은 그 숫자가 16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난쟁이들을 모두 찾아낸다면 그는 아마도 브로츠와프의 구석구석까지 모두 살펴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남산에 있는 좌물쇠를 옮겨 놓은 듯 브로츠와프의 툼스키 다리에도 주렁주렁 사랑의 약속이 매달려 있다.

 

브로츠와프 다음으로 만나게 되는 도시는 500여년간 폴란드 왕국의 수도였던 크라쿠프다. 한 때의 영광을 그대로 간직한 이 고도에서 유럽하면 떠오르는 첨탑과 왕이 살았던 성, 그리고 대성당과 교회, 광장 등을 만나며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었다. 흑백 사진을 보니 과거인지 현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그러다 앞서 청동 말을 보고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았을 때의 놀라움과 마찬가지로 거리에 나란히 늘어서 있는 청동 의자 사진과 그 의미를 알게 된 후에도 한 동안 사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끝으로 저자의 표현대로 아픔과 슬픔의 장소, 잊고 싶은 잔인한 기억 아우슈비츠를 만났다. 바르샤바가 영화 '피아니스트'의 배경 장소였듯 이 곳 아우슈비츠 역시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배경 장소였다. 흑백 영화로 보았던 그 살육의 현장이 이제 두 번 다시 이런 잔인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기 위한 전시관으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언제나 낯설기만했던 나라 폴란드를 이렇듯 도시별로 특이한 볼거리들과 이야기로 만나게 되어 너무 좋았다. 번지는 곳 시리즈가 지금껏 내게 안내해 준 크로아티아, 벨기에, 불가리아, 그리고 폴란드에 이르기까지 이 네 곳 중 어느 곳도 이 책으로 만나기 전까지는 그다지 아는 바가 없던 곳이다. 특히 크로아티아는 번지는 곳 시리즈로 만나본 후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 1위로 점찍어 둔 곳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통해 새로운 나라를 만나고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 세상을 여행하는 또 다른 방법이지 않을까?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