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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홈

by 푸른바람꽃 2011.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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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운 | 창비(창작과비평사) | 201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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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선명히 떠오른다. '서태지와 아이들'... 그들이 처음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가 말이다. 대중음악평론가들은 "난 알아요"에 대해 거침없는 혹평을 가했고, 그런 멜로디와 랩이 들어간 가요는 처음 들어본 나로서는 '이 노래, 뭐지?'하고 신선함에 놀랬었다. 우습게도 그 날의 혹평을 비웃듯 '서태지와 아이들'은 대한민국 가요계의 전설이 되었고, 그 전설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래서 황시운 작가의 <컴백홈>이라는 책 제목을 봤을 때도 나는 그들을 떠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책의 간략한 소개글에서도 '서태지 키드'라는 말이 먼저 눈에 들어와서 책 내용도 당연히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을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소녀의 이야기로 짐작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중에서도 '서태지'를 좀 더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소녀가 주인공인 것은 맞지만 시간적 배경은 90년대가 아닌 2011년 지금이다. 

 

요즘의 청소년들에게 '서태지와 아이들'은 어떤 의미일까? 그들에게도 서태지의 전설은 유효한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아닐테지만 <컴백홈>의 주인공 소녀는 '서태지'의 음악 세계에 푹 빠져 있다. 그런 주인공의 삶을 좀 더 깊게 들여다 보자면 아이의 일상은 끔찍하기 짝이 없다. 고도 비만인 주인공은 책에서는 주인공이지만 집이나 학교에서는 늘 주변인이다. 특히 일과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데다 주기적으로 상납을 하며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주동자가 주인공의 하나 뿐인 친구라는 사실이다. 학교에서는 철저하게 가해자와 피해자로 마주하지만 방과 후에는 주인공의 집에서 함께 먹고 자며 수다떠는 베스트 프렌드가 된다. 이게 가능할까 싶다가도 청소년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저자의 시선은 분명 날카로운 구석이 있다. 이미 우리도 학창시절을 지내며 수없이 다양한 형태의 친구를 만들었지 않은가? 진실로 마음을 나누는 친구에서 필요에 의한 친구, 학교 친구, 학원 친구, 소꿉친구 등등 친구의 형태는 규정 짓기 나름인 것이고, 작품 속 지은과 주인공 역시 현실적인 이유로 남다른 우정을 나누고 있는 셈이다.

 

비만때문에 집과 학교에서 그렇게 고통받으면서도 주인공의 식욕은 여전하자 주인공은 거식증 카페에 가입하여 먹고 토하는 방식으로 다이어트를 감행한다. 이 와중에 주인공에게 끔찍한 일이 닥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던 나는 소녀의 언니가 된 심정으로 이 상황에 분노가 일었다. 대체 요즘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지, 그 잔인함과 폭력성에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답답한 현실과 나약한 의지 등이 참기 힘들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지금도 누군가가 겪고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공포가 밀려왔다. 주인공이 "달"로 떠날거라는 어처구니 없는 환상에 빠져 사는 이유도 그런 터무니없는 희망마저 없으면 정말로 살아야 할 이유조차 사라져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되돌아 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소녀와 이제 다시 되돌아 가기 싫은 소녀가 있다. 그리고 이 소녀들의 모습에서 십대 소녀들의 아픔을 엿본다. 가정의 불화, 학교 생활 부적응, 집단 따돌림, 불량 서클, 십대 임신, 학교 폭력 등 이들이 겪는 성장통은 상처와 흉터를 남기고 있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이 흉터를 안고 평생 살아가야 할 주인공이 애처롭다. 그러나 별명 대신 이제는 "유미"라는 이름으로 불러주는 친구를 되찾았고, 집에서도 "유미"를 기다리는 부모님이 계시는 한 주인공은 아직 세상의 끝에 혼자 내던져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앞에 장밋빛 미래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여전히 그녀는 고도 비만이고, 학교에서는 다시 왕따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또 집에서도 그녀가 저지른 행동에 대한 책임과 반성은 당연히 뛰따라야 할테니 그녀의 "컴백홈"은 마냥 해피엔딩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을 피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맞서보기로 결심한 "유미"를 보며 그녀의 미래에 희망을 품는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