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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by 푸른바람꽃 2011. 6. 5.
지식인의 서재 지식인의 서재
한정원, 전영건 | 행성:B잎새 | 201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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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책" 카테고리에는 이 책과 같은 제목의 연재 코너가 있다. 그래서 <지식인의 서재>가 출간되었을 때 그 연재 코너가 책으로 엮어졌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책과 인터넷 상에 중복되는 지식인이 몇몇 있을 뿐 이 둘은 별개의 콘텐츠였다. 두 콘텐츠의 가장 큰 차이는 서술자의 이동이었다. 네이버에서는 지식인이 직접 본인의 서재와 추천 책을 소개하는 형식인데 반해 <지식인의 서재>는 방송작가로 활동중인 저자 한정원이 지식인과 직접 만남을 가진 뒤 그의 서재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정리해 주고 있다. 여기에 저자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도 덧붙여 한 명 한 명의 서재를 독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고 그 안에서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항상 나만의 서재를 가져보는게 꿈인 내게 그들의 서재는 그야말로 유토피아로 보인다. 그 중에서 건축가 '승효상'의 서재는 그의 직업때문인지 멋스러운 북카페를 연상케 했다. 이렇듯 서재는 그 사람의 가장 개인적인 취향이 여실히 드러나는 공간이 아닐 수 없다. 당장에 그의 책꽂이만 살펴보더라도 그가 좋아하는 것들을 한 눈에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가 좋아하는 책들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책을 이야기할 때는 눈빛이 반짝이고 목소리가 들뜬다는 것을 저자는 인터뷰 중에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저자는 인터뷰이가 이야기하는 그 소소한 것들도 그만의 언어로 적절히 표현해 놓았고, 책을 통해서나마 이 시대 지성들의 책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로도 만났지만 이 책에서 다시 만난 김용택과 장진의 서재도 꼼꼼히 다시 볼 수 있었다.

 

법학자 조국, 서정시인 김용택, 디자이너 이효재, 건축가 승효상, 영화감독 장진 등 <지식인의 서재>에서 만나게 된 15인은 책의 부제에서처럼 이미 누군가의 책이 된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름을 수식하고 있는 각자의 자리에 오기까지 만났던 책들을 이렇게 한 권의 책에 모두 담아 소개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또한 간간히 대중매체로 만나온 이들이 많지만 책에 얽힌 이들의 사연들만 간추려 들을 수 있었던 점도 참 좋았다. 이런 책이 아니었다면 15인의 서재를 무슨 수로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겠는가. 특히 디자이너 이효재의 만화책이 가득한 서재나 사진작가 배병우가 요리책들을 즐겨 읽고 또 요리를 즐긴다는 사실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동안 책을 좋아하면서도 남들 앞에서 나의 책탐을 쉽게 밝히지는 못했다. '장진' 감독처럼 나도 지독한 편독쟁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작년에 지역을 대표하는 어느 문화계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그는 나의 독서력을 전해 듣고는 거침없이 말했다. "쉽고 재밌는 책만 읽으며 다독하는 것보다는 본인에게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배울 것이 있는 책을 정독하는 것이 진정한 독서"라고 말이다. 그 분의 말씀에 '과역 독서에 정답이 있을 수 있을까?' 한참을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의 편독 습관이 가히 모범적인 독서 타입을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 시대 지식인들의 서재를 보면서 그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서로의 관심분야가 다를 뿐 어짜피 독서는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게 되기 마련이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나도 떳떳하게 편독쟁이임을 밝힐 것이다. 대신 편독을 하되 관심 분야는 조금씩 넓혀갈 필요성은 깨달았다. <지식인의 서재>가 아니었다면 평생 모르고 지나쳤을지 모를 주옥같은 책들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식의 폭을 넓히는 것은 꼭 필요할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가득하고,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의자와 눈이 피로하지 않는 스탠드가 있는 서재. 언젠가 그곳을 소개할 수 있는 날을 꿈꿔본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