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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대 1, 2

by 푸른바람꽃 2011. 6. 12.
소년시대 1 소년시대 1
로버트 매캐먼(Robert R. McCammon), 김지현 | 검은숲 | 201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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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내가 자란 동네는 도심의 한복판이었다. 문을 열고 나가면 8차선 도로 위를 씽씽 달리는 자동차와 고층 빌딩들이 즐비한 그런 곳이었는데 동네 꼬맹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골목 안 공터에서 매일 숨고, 달리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 때의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들 덕분에 내 유년시절은 그리 삭막하지 않을 수 있었다. <소년시대>는 나의 유년 시절과는 다른 시대, 다른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 남부의 작은 도시에 살고 있는 열두살 코리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함께 나며 잠시나마 어른이 된 지금을 잊고 호기심 많은 아이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야기는 살해된 채 유기된 시체를 마을 호수에서 코리의 아빠인 톰이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워낙 소도시라 모르는 이웃이 없는데 그들 가운데 범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톰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그런데 범인도 범인이지만 더욱 이상한 일은 피해자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시체는 차와 함께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아버려 신원을 확인할 수 없고, 실종된 사람도 찾는 이도 없었다. 그럼 죽인 사람과 죽은 사람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처음에는 이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리라 생각했는데 내 예상과는 달리 살인사건은 <소년시대>의 전반을 지배하는 배경 이야기와 같다. 그리고 사계절을 지나는 동안 코리가 경험하는 소소한 사건들이 이야기를 세부적으로 이끌어 나간다. 그 과정 속에서 코리는 인종 간의 갈등과 가정의 불화, 동네 형들의 이유없는 폭행, 그릇된 종교적 신념을 강요하는 등 '제퍼'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코리의 눈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소년시대> 1권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이 1900년대 중반 미국 사회를 '제퍼'라는 곳을 무대로 축소해 놓은 듯 펼쳐지고 <소년시대> 2권에서는 의문의 초록깃털의 정체와 살인사건의 진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코리로서는 감당하기 벅찬 슬픔도 기다리고 있었다. 열두살의 소년에게 그의 유년시절은 신비와 모험으로 가득차 있었고, 그 속에 기쁨과 큰 슬픔도 함께 공존했다. 그 과정들 속에 코리는 성장해 나가고 내적으로도 성숙하고 있었다. 코리가 경험한 일들 중에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모호하지만 그것 또한 우리네 유년의 기억과 닮았다.

 

판타지 동화같은 성장소설 <소년시대>는 다양한 장르가 골고루 어우러져 커다란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그림 속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코리와 조니, 벤을 보며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잠시 다녀온 기분이다. 꽤 많은 분량임에도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듯이 읽다보면 금새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 아직 코리를 만나지 못한 독자들이라면 <소년시대>를 통해 1964년 앨라배마 주 남쪽의 제퍼로의 여행을 권한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