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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여행 : 길 위에서 달콤한 휴식을 얻다

by 푸른바람꽃 2011. 6. 19.
쉼표 여행, 길 위에서 달콤한 휴식을 얻다 쉼표 여행, 길 위에서 달콤한 휴식을 얻다
정인수, 정인수 | 팜파스 | 20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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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나 가까운 산행을 다녀왔다. 만날 때마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이 전부였던 우리들의 만남에 뭔가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모처럼 자연에서 놀자고 했더니 흥쾌히 나의 계획에 찬성해 주었고 그렇게 버스를 타고 1시간여를 달려 도심을 탈출했다. 어제 내린 비로 말끔히 씻긴 그곳의 공기는 청량하기 그지 없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도 자연을 만끽할 수 있건만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주말의 일상도 반복되게 살아온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정상에 올라 촉촉히 젖은 산바람을 맞으며 도시에서 묻은 때를 모두 날려 버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지난 열흘 동안 내 손이 닿는 곳에서 늘 살랑살랑 여행의 바람을 일으켰던 <쉼표 여행 : 길 위에서 달콤한 휴식을 얻다>라는 제목에 제대로 공감했다. 어쩌면 오늘의 산행도 이 책 덕분이었는지도 모른다.

 

<쉼표 여행 : 길 위에서 달콤한 휴식을 얻다>는 저자의 에필로그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기에 읽게 된 책이다. 무언가를 하기 위한 여행이 아닌 휴식을 위한 여행이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늘 마음에 두었던 테마였다는 것이다. 국내 여행서들을 자주 읽으면서 여행서에도 일정한 형식이 있음을 알게 됐다. 여행지에 대한 여행자의 소감이 본문을 차지하면 그 말미에는 늘 교통, 숙박, 식당 등의 정보가 소개되고 다음 여행지로 이동한다는 것! 게다가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곳을 소개하는 것이 여행 에세이인지라 여행지도 겹치는 곳이 많았다. <쉼표 여행 : 길 위에서 달콤한 휴식을 얻다>도 이 점은 예외가 아니다. 목차만 대강 살펴봐도 들어본 곳이 태반이다. 더욱이 저자가 다녀온 여행지를 보며 내가 다녀와본 곳이 이렇게 많이 등장하는 여행서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내게는 도리어 더 새롭게 느껴졌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그곳을 저자는 어떻게 보고 느꼈을까 호기심이 일었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저자의 여행담이 읽기 쉽게 풀어져 있다. 마치 여행기를 블로그에 포스팅 해 놓은 것과 같았다. 여행의 시작은 느닷없고 이유 없이 그냥 떠난 것이 대부분이라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대로 그곳에 그저 쉬로 가서 편히 휴식을 취하는 동안 만난 현지의 풍경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래도 그 속에 속속들이 필요한 정보들은 최소한 제공하고 있기에 충분히 참고할 만한 여행서다. 그리고 내가 가본 곳에 대한 새로운 정보도 알 수 있었다. 가령 남해에 가면 도로 표지판 곳곳에서 '물건방조어부림'을 보게 되는데 여행을 하는 내내 이 단어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물론 여행을 다녀와서도 알아본다는 게 금새 잊고 말았는데 이제야 이 명칭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계절에 맞게 활짝 핀 꽃길 거닐기, 산림욕을 즐기며 시원한 계곡에 발 담궈 보기, 서울 성곽길 일주해 보기, 왕피천에서 다슬기 잡기, 상족암의 공룡 발자국 보기, 9월 메밀꽃 필 무렵에는 봉평에 가기 등 이 책을 읽고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아 졌다. 누군가와 여행을 할 때면 늘 꼼꼼하게 준비하고 계획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느긋하게 여유를 즐겨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러니 "쉼표 여행"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 내게 저자는 책의 에필로그에서 다시 한 번 여행의 목적 따위는 내려 놓고 혼자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행을 떠나라 한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이 책이 좋은 참고서가 되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도 읽을 수 있었다. 혼자하는 여행은 아직 선뜻 나설 용기가 없지만 처음이 어렵지 한 번 해보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 가까운 곳으로 떠나봐야겠다. 나만의 쉼표여행...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