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양장)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Marie Roger De Saint Exupery), 김보경 | 시공사(단행본) | 20110518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지금도 그는 저 높은 하늘 어딘가를 날고 있을까? 생텍쥐페리를 생각하면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든다. 전투기 조종사였고,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어린왕자>의 저자인 생텍쥐페리는 1944년 7월 31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찰 비행을 나갔다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을 가족들의 애끓는 심정을 누가 알까?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는 아들을 가슴에 묻은 한 어머니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어릴 때부터 그의 어머니 마리 드 생텍쥐페리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들을 어머니는 버리지 않고 모두 모아 두었다. 그리고 그 편지들은 깊은 감동을 주며 이렇게 또 한 권이 생텍쥐페리의 작품으로 완성된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10살의 꼬마 생텍쥐페리의 편지부터 그가 실종되고 1년 후에야 마리 드 생텍쥐페리에게 전달된 마지막 편지에 이르기까지 110통의 편지가 실려 있다. 이 편지들 중 거의 대부분은 어머니께 사랑과 마음의 키스, 포옹 등을 실어 보낸 편지들이다. 그래서 편지들은 늘 “사랑스러운 엄마”, “내 사랑 엄마”, “엄마” 등의 부르는 말로 시작된다. 그러나 간간이 그의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들도 있는데 모노 누나와 여동생 디디, 매제인 피에르에게 보낸 편지들이다,
어머니에게는 늘 다정다감하고, 효성 지극하며, 종종 어리광을 부리기도 하는 아들의 마음으로 편지를 써내려가고 있지만, 가족들에게 그는 든든한 남자 형제였고, 친구이기도 했다. 그렇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시시콜콜한 일상들까지 적어놓은 편지글에 그대로 녹아 있어 그동안 <어린왕자>의 작가로만 기억됐던 생텍쥐페리의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지 않나 생각된다. 또한 마지막에 역자의 말에 등장하는 마리 드 생텍쥐페리의 <1945년 부활절>은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절절한 마음을 진솔하게 담고 있었다.
비록 흔적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났지만, 위대한 작가로 세계인들의 가슴 속에 살아 숨 쉬는 생텍쥐페리! 이 책을 옮기는 동안 역자가 직접 그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며 찍은 흑백의 사진들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그가 머물렀을 방, 그의 작품이 탄생됐던 건물 등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건물들도 많았지만 현재의 모습에서 70여 년 전의 그를 추억할 수 있었다. 아이가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 다시 부모의 보호자가 되기까지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성장의 변화들은 순차적으로 나열된 편지들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따라서 이 책은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의 성장일기이기도 하다.
지금도 내게 가장 소중한 보물이 뭐냐고 물으면 망설이지 않고 “편지들”이라고 답한다. 딱 앙투안만 했을 무렵부터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 사춘기 때 단짝 친구와 썼던 교환일기장, 펜팔 친구와 나눈 편지, 어버이날 부모님께 쓴 편지를 비롯해 군대에 갔던 오빠에게 보낸 편지들까지 큰 상자에 수천수만 가지의 이야기를 고이 담은 편지들이 나의 가장 소중한 보물들이다. 가끔 꺼내서 다시 읽어보곤 하는데 가장 재밌는 것은 오빠에게 내가 보낸 편지와 그에 대한 답장으로 온 오빠의 편지를 함께 읽는 것이다. 떨어져 지냄으로써 남매의 우애가 가장 두터웠을 그 때가 생각나 웃음과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기도 한다.
빠르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이메일이 편지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요즘, 우편으로 보내는 편지를 일컬어 ‘손편지’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지금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마음을 담은 우리의 손편지를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담아 보낸 마음은 분명 더 큰 사랑이 담긴 답장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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