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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본능

by 푸른바람꽃 2011. 7. 3.
죽음본능 죽음본능
제드 러벤펠드(Jed Rubenfeld), 박현주 | 현대문학 | 201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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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본능. 생존본능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죽음본능은 생소했다.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책 표지에 선명히 새겨진 죽음본능은 정신분석학자로 잘 알려진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살인의 해석>으로 잘 알려진 제드 러벤펠드는 이번 작품 <죽음본능>에서도 전작에 등장했던 정신분석의 스트래섬 영거와 형사 지미 리틀모어를 등장시켜 시즌 2’의 느낌을 갖게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또 다른 중심인물로 미모의 여성 과학자 콜레트와 그녀의 남동생 뤽이 새롭게 등장함으로써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1920916. 미국 경제의 중심인 월 가에서 폭탄 사건이 일어난다. 90년도 지난 현재까지 이 사건의 진범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미국 사회에서는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과연 누가 무슨 목적으로 전후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 이런 테러를 일으켰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혼합된 <죽음본능>을 통해 그 날의 사건으로 데려다 놓았다. 마치 바로 옆에서 폭발물이 잔뜩 실린 짐마차가 지나가고 느닷없이 폭음과 동시에 온통 파편으로 뒤덮인 월 가에 서있는 것처럼 실감나게 묘사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폭탄 사건은 앞으로 드러날 거대한 음모와 정치적 소용돌이 등의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죽음본능>에서는 1900년대 초에 있었던 몇몇 사건들을 동시에 전개해 나가고 있다. 먼저 영거와 리틀모어는 폭탄 사건의 현장에 있었고 본의 아니게 사건의 중요 목격자이기도 했다. 그런데다 영거와 동행한 콜레트의 주위에 의문의 여성들이 나타나고 콜레트와 그녀의 동생이 납치됐다가 극적으로 탈출하는 등의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 그 과정 중에 실어증인 뤽의 치료를 위해 프로이트가 등장하고, 또 다른 주요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퀴리 부인도 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야기의 초반에는 1920년 현재 시점과 191710월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과거를 오가며 전개된다. 그러다 다시 현재의 사건들로 초점이 맞춰지면서 워낙 다양한 사건들이 종횡무진 펼쳐지기 때문에 이야기가 다소 산만한 면도 없지 않다. 그래서 사건이 자꾸 제자리만 맴도는 것 같았던 중반 부분은 빨리 책장을 넘겨버리고 싶게 했다. 하지만 그동안 벌어진 그 많은 사건들의 결말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하는 결말 부분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나간다. 결국 밝혀지게 된 폭탄사건의 진범과 빨간 머리 여인들이 정체, 뤽의 말문이 막힌 이유 등은 1900년대 초에 불안했던 미국 사회에서 있었던 사회 문제이자 전쟁의 고통이 치유되지 못한 사람들의 아픈 상처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자연스럽게 국내 반도체 회사와 타이어 회사 등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에게 특정 질병이 발병하고 있는 사건이 떠올랐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끝까지 생산 과정의 위험성이나 사측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과거나 현재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현실이 씁쓸함을 남긴다. 그래서 왠지 <죽음본능>1920년의 미국이 아닌 지금 우리 사회를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다. 역사는 정말 반복되는 것일까?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