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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

by 푸른바람꽃 2011. 7. 10.
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 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
이충렬 | 김영사 | 201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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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를 배우는 동안 가장 무심히 지나친 부분은 근현대사였다. 어쩌면 지우고 싶은 과거였기때문에 그럴수도 있고, 우리 의지와는 무관하게 다른 나라들의 싸움 속에 내던져진 조선의 나약함이 애처로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긴 역사를 놓고 보면 짧지만 그 시간을 이겨낸 우리 민족에게는 결코 짧지만은 않았던 세월을 묵묵히 지나왔고, 지금의 대한민국이 되었다. 그러므로 그 시간의 교훈을 우리는 오히려 당당히 마주하고,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은 그런 점에서 한국 근대사를 매우 독특하고 재밌게 알아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에는 1898년에서 1958년 사이 국내외 화가들이 당시의 시대상을 그린 86점의 그림이 역사적 사건의 해설과 함께 실려 있다. 언젠가 외국의 종군기자가 한국전쟁 당시를 촬영한 미공개 사진을 공개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때도 한참이나 그 사진들의 보았던 기억이 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전쟁의 모습은 마치 제3국을 보는 듯 생소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서양화들도 대부분은 외국인들이 그린 조선의 풍경이다. 그들에게는 이국적인 그 모습들이 우리에게는 잃어버린 시간의 흔적이기도 했다.

 

개항 이후 동서양의 문물이 혼재하고, 이런 혼란을 틈타 일본의 강제 병합으로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시작된다. 그 가운데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애쓴 애국열사들의 희생, 망국 후 왕족들의 달라진 위상, 전통 음악과 공예 등에 관한 이야기는 역사책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그림과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림 못지 않게 저자가 수집한 사진자료 및 본문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이나 특정 작품 등에 대한 부연 설명은 이 책에 대한 재미를 더하고 이해를 도와준다.

 

근대에서 가장 눈에 띠는 변화는 아무래도 여성들의 교육과 사회 진출이지 않을까 싶다. 점차 남성과 동등한 교육을 받는 신여성들이 증가하고 '최승희' 등과 같이 세계를 무대로 명성을 떨치는 여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당시 여성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초등학교 다닐 적만 하더라도 매년 겨울이면 크리스마스실을 구입하곤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32년 12월 3일 처음 발행되었다는 남대문 그림의 크리스마스실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우리나라는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성장통을 심하게 겪어야 했다. 동족상잔의 비극이라 불리는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만 것이다.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 그리고 전후 생존에 악착같은 아낙들의 모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강인한 생명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근대사 위주로 편집된 이 책에는 주로 서양작가들의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는데 조선 후기 풍속화의 맥이 끊어지고 1910년대에는 우리 사회의 서양화 경시 풍조때문에 근대의 풍경을 제대로 묘사한 국내 작가의 작품이 드물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깝다. 그래도 저자의 인내와 노력 덕분에 이렇듯 쉽게 보기 힘든 그림과 사진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인상 깊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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