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冊 it now

거짓의 미술관

by 푸른바람꽃 2011. 7. 15.
거짓의 미술관 1 (양장) 거짓의 미술관 1 (양장)
안상임, 랄프 이자우 | 비룡소 | 20110610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미술관을 소재로 한 작품 중에 국내의 이은 작가가 쓴 <수상한 미술관>을 읽은 적이 있다. <거짓의 미술관>과 비슷한 제목에다 미술 작품들을 소재로 한 추리 소설이란 점이 엇비슷하지만 <수상한 미술관>에 비해 <거짓의 미술관>은 그 내용이 훨씬 깊고 심오하다 할 수 있다. 이 작품에는 스릴러 소설 재미에 과학의 윤리성을 접목하고 있으며 그 바탕에는 예술 작품들에 대한 지식과 의미까지 부여하여 이 작품의 장르적 특성을 한껏 뽐내고 있다.

 

 

독일의 환상소설 작가로 알려진 랄프 이자우가 쓴 <거짓의 미술관>은 먼저 루브르 미술관의 조각상 ‘잠든 헤르마프로디테’가 폭발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그 곳에서 과학 기자 ‘알렉스’의 지문이 발견되고 그녀가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사건의 진범을 쫓는 추격이 시작된다. 일순간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 그녀에게 낯선 인물 ‘테오’가 편지를 보내오고, 누명을 벗을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는 대신 그는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거짓의 미술관’ 기사를 쓰라고 한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는 르네 마그리트의 ‘경솔한 수면자’가, 빈의 예술사 박물관에서는 루카스 크라나흐의 ‘에덴 낙원’이 도난당한다. 그리고 기이하게도 사건의 현장에는 ‘경솔한 수면자’ 작품에 등장하는 물건들이 마치 범인의 징표처럼 하나씩 놓여 있는 것이다. 이 징표는 사건의 실마리이자 범인의 메시지를 대신하는데 처음에는 그 의미가 쉽게 파악되지 않아 주인공들과 함께 독자도 점점 더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알렉스’와 도난 미술품의 보험회사 수사관인 ‘다윈’은 점점 범인의 실체와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일련의 사건들이 단순히 미술품 도난이나 살인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현대 과학이 풀어야 할 사회적, 윤리적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알렉스’는 양성인간으로 설정되어 남녀의 우월한 유전적 특징을 모두 가진 인물로 그려지지만 현실에서 그녀는 돌연변이로 취급받는다. 과연 이들이 현실에 존재할까 싶지만 이들 소수자의 현실을 비교적 잘 묘사하고 있는 저자의 글로 봐서는 분명 현실적이다.

 

 

알렉스가 범인으로 몰리게 된 원인과 연결된 인간 복제 문제, 다수의 의견이 마치 절대적인 학설인양 소수의 의견은 매도되는 학계의 현실 등을 아우르고 있는 <거짓의 미술관>은 쉬운 작품은 아니지만 고도의 과학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가 집고 넘어가야할 주제이긴 하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문어체로 번역된 글들이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내용을 더욱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미술작품들의 사진 자료를 넣어줬더라면 책이 더욱 흥미로웠을 것이다.

 

 

꽤나 방대한 분량에 복잡하고 학문적인 내용이 자주 등장하여 빠르게 읽어 나가기는 다소 버거운 작품이었다. 그러나 지적 스릴러 소설의 장점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는 높이 살 만 했다. 예술과 과학 그리고 인간의 한계에 대한 폭넓은 해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연 과학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은 아닌지,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잊지 말아야 겠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冊 it no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에 미친 바보  (0) 2011.07.15
영어로 연애하기  (0) 2011.07.15
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  (0) 2011.07.10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0) 2011.07.10
죽음본능  (0) 2011.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