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冊 it now

어쨌거나, 뉴욕

by 푸른바람꽃 2011. 8. 13.
어쨌거나, 뉴욕 어쨌거나, 뉴욕
이숙명 | 시공사(단행본) | 20110721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간혹 미국의 수도를 뉴욕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만큼 뉴욕은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도시이다. 오늘 인터넷 기사를 보니 바로 그 뉴욕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 내부 보수공사 관계로 1년간 통제된다고 한다. 향후 1년 내에 뉴욕을 방문할 사람들에게는 퍽 아쉬운 소식이 될 지도 모르겠다. 미국을 가게 된다면 뉴욕의 센트럴 파크 잔디밭에 누워 일광욕과 브런치를 즐기고, 저녁에는 브로드웨이에서 멋진 뮤지컬 공연도 보리라 마음먹고 있지만 그 날이 오긴 올까? 나처럼 저자도 그런 날이 자신에게 올 지 몰랐을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외국으로 훌쩍 떠나고자 마음 먹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데 <어쨌거나, 뉴욕>의 저자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고, 제목처럼 어쩌다 보니 그 행선지는 뉴욕이 되었다.

 

"난 단지 휴식이 필요할 뿐이다.

낯선 풍경 속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생각도 감정도 없이, 누구와도 부대끼지 않으며,

최소한의 에너지만 소비하는 진공 상태, 그거면 족하다. 여행 가방에 책은 한 권도 넣지 않았다." p.48

 

단순히 몇 박 몇 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아니고 몇 달이 될 지 어쩌면 몇 년이 될지도 모를 길을 떠나며 행선지는 오직 한국이냐 아니냐만 중요했던 저자에게 이 문장을 읽으며 그녀의 뉴욕행 목적이나 그 곳에서의 생활이 어떻게 펼쳐질 지 조금은 짐작이 갔다. 어떤 목적도 없다는 것이 그녀의 여행에 유일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뉴욕생활은 도착 직후 큰 난관에 부딪히고 만다. 장기간 머물 집을 임대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고 만 것. 적은 돈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후배에게 게속 신세만 지고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는 뉴욕의 법정에까지 서게 된다. 액땜 한 번 힘들게 한 셈이다. 이같은 여행담이 아닌 뉴욕에서의 독특한 체험담들이 <어쨌거나, 뉴욕>에 가득하다.

 

알뜰 쇼핑족들이라면 누구나 이용해 봤을 구매대행 인터넷 쇼핑몰과 명품 알뜰 쇼핑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고, 미드 가십걸에서 본 파티나 클럽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뉴욕 밤문화, 한 셀러브리티의 취재기, 다시금 뉴욕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닌 고생담 및 맨해튼에서의 낯선 남자와 나눈 사랑과 우정 사이의 감정 등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저자가 장기 여행을 떠나온 뉴욕에서의 시시콜콜함이다.

 

에필로그에서 그녀는 사람들이 품고 있는 뉴욕의 생각들을 들려준다. 누군가에게는 자유이고, 새로운 인생의 희망이고, 열린 삶이며, 저자처럼 도피처였던 곳 뉴욕! 처음 그곳으로 떠날 때의 낯선 두려움을 뒤로한 채 뉴욕에 머물던 사람이나 뉴욕에 가고픈 사람이 뉴욕을 그리워 한다.

 

"여행이 사람을 깊게, 혹은 넓게 만든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시야를 넓혀주는 건 사실이다." P.298

 

나 역시 여행에 대한 환상을 갖고 살아왔는 것 같다. 여행만 다녀오면 나라는 사람이 지금 보다 훌륭해 져 있을 거라는 환상 말이다. 그러나 내가 더 훌륭해 졌음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이고, 그것이 진정 여행의 가치가 맞는가 싶다. 불확실한 것들 투성이지만 그나마 확실한 것은 본문에서처럼 여행이 나의 시야를 넓혀 줄 것이란 것이다. 그간 내가 보았던 풍경, 내가 살아온 환경에서 한 뼘 만큼이라도 더 넓어진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여행의 확실한 소득일 것이다. 저자의 <어쨌거나, 뉴욕>은 내게 여행의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주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冊 it no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령 : 2011년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0) 2011.08.15
여행 아는 여자  (0) 2011.08.13
우리들의 짭조름한 여름날  (0) 2011.08.13
  (0) 2011.08.13
츠나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고리  (0) 2011.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