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짭조름한 여름날 오채 | 비룡소 | 20110711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유난히 잦은 비와 폭염의 나날을 보내는 사이 여름이 저만치 달아나고 있다. 이러다 올 여름은 바다 구경 한 번 못해보고 끝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며칠 전 남해로 휴가를 다녀와 오랜만에 소금기 머금은 바닷 바람을 실컷 쐴 수 있었다. 다도해라는 이름답게 가옥 몇 채가 전부인 작은 섬들이 드문드문 떨어져 바다를 지키고 서 있었다. 번잡한 도시 생활과 매일 바쁘게 돌아가는 업무에 지쳐 있던 나는 마음 같아서는 이런 한적한 섬에서 한 두해 만이라도 아무 생각없이 살면 좋겠다 싶었다. 이런 속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어 보았지만 곁에 있는 이들에게 "넌 하루만 있어도 충분히 도시가 그리워 못 살거다"는 말만 들었다. 이렇듯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는 시골의 여유가 부러울 따름이지만 시골에 사는 이들에게 도시는 꿈과 야망을 품을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생각될 수 있다. <우리들의 짭조름한 여름날>의 '나'의 엄마 '양지은' 혹은 '양귀녀'가 그랬듯이...
날 때부터 부모와 자식은 서로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결코 끊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선택권이 박탈된 이 혈연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원동력은 그들이 부모와 자식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이라서 무조건 서로를 품을 수밖에 없는 관계인 것이다. 여기 철부지 엄마가 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고만 치고 다니는지 알수 없지만 그런 엄마가 또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이를 견디다 못한 의붓 아버지는 가출을 했고, 주인공 초아와 동복동생 청록이, 그리고 문제의 엄마는 빚쟁이들에게 쫓겨 엄마의 고향으로 향한다. 엄마의 기억에 시골 집에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문서가 있는데 필시 그것이 보물이 되리라 믿었던 것이다. 십대에 가출해 초아를 낳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 청록이까지 낳았지만 고향에는 연락 한 번 하지 않았으면서 오갈데 없어지는 믿을 구석은 엄마의 '엄마'뿐이었고, 돌아갈 곳은 집이었다.
<우리들의 짭조름한 여름날>은 3대의 걸친 모녀관계의 갈등과 화래를 그리고 있다. 평생을 섬에 갇혀 자신도 엄마처럼 살까봐 엄마가 무작정 미웠던 '양귀녀'와 책임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엄마처럼 될까봐 엄마에게 벗어나고픈 '박초아'는 다르지만 닮은꼴이다. 엄마처럼 살기 싫은 두 딸은 엄마에게 화를 낸다. 그러나 그렇게 화만 냈던 이유는 결국 딸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두려움때문이었다. 그렇게 되기 싫어도 그렇게 되고야 말 것 같은 운명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결국 그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탓에 생긴 헛된 두려움일 뿐임을 그리고 딸들이 엄마에 대해 아는 것은 극히 단편적인 것들이었음을 깨닫게 된 순간 관계의 회복과 화해는 이뤄진다.
마지막에 그들이 찾은 보물은 진귀한 유물도 아니었고, 값 나가는 땅 문서도 아니었다. 부정하고 무시했던 "엄마"가 결국 '양귀녀'와 '박초아'의 보물이었다. 대개의 청소년 소설들이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주요 모티브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도 그 주제와 큰 차별성을 없었다. 그러나 3대에 걸친 모녀관계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엄마도 엄마인 동시에 딸이라는 점을 들어 부모의 입장과 자식의 입장을 한꺼번에 보여주었다는 점이 독특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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