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로라 리프먼, 홍현숙 | 레드박스 | 20110818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여름이라 그런지 스릴러 소설이 신간 서적 코너를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 장르 소설로는 스릴러를 좋아해서 반갑기는 한데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잔인한 범죄들을 접할 때마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과거 어느 공포영화를 연상시키는 <나는 네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는 23년 전, 연쇄 성폭행 및 살인범에게 인질로 끌려다니다 6주만에 풀려난 엘리자의 과거와 현재를 들려준다.
겉으로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월터 보먼은 이성에 대한 관심을 받지 못하는데서 온 불만과 비정상적인 심리 상태 등으로 십대 소녀들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 후 시체를 유기하기에 이른다. 한 번이 두 번이 되었고, 그의 범행은 점차 대담해 진다. 그러다 그와 우연히 마주치게 된 엘리자도 그의 불쌍한 희생양이 되는가 했는데, 이상하게 월터는 엘리자를 그의 조수처럼 부리며 함께 다니기 시작한다. 엘리자에게는 매 순간이 끔찍했겠지만 특히나 잔인했던 순간은 그녀가 또 다른 소녀의 납치와 죽음의 순간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 채 방관자로 머물러야 했던 때였다. 그리고 끝내 월터에게 성폭행을 당한 엘리자는 열다섯 살 평범한 소녀로서의 삶을 강탈당하고 말았다.
그 후 우연처럼 가까스로 구조된 엘리자와 구속되는 월터. 그렇데 둘은 평생 다시 볼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23년이나 지난 어느날 갑자기 월터로부터 연락이 온다. 단지 그녀의 안부가 궁금했기 때문은 아님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가 이제와서 그녀를 다시 숨막히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쉽게 밝혀 지지 않는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더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엘리자의 현재와 지옥 같던 월터와의 과거를 교차하며 보여주는 과정 속에 현재의 엘리자에게 다시 접근해 오는 월터의 그림자와 과거 엘리자베스를 위협하는 월터는 이 작품을 끝까지 긴장감 있게 끌고간다.
월터의 사건에는 많은 피해자가 존재한다. 1차적으로는 월터에게 희생당한 소녀들과 엘리자가 있고, 2차적으로는 소녀들과 엘리자의 가족들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엘리자에게 원망을 갖지 않을 수 없는 홀리의 엄마가 23년만에 엘리자와 만난 순간에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피해자 가족의 분노와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돌아온 엘리자를 다시 맞은 가족들이 겪는 변화와 언니 보니와의 관계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묘사는 매우 사실적이다.
사형 집행을 하루 앞둔 날, 월터와 엘리자의 만남으로 밝혀지는 진실들을 책의 표지를 열자마자 등장했던 글귀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일 뿐이다." -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 -
사람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설혹 그 순간의 결정이 그릇된 것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다는 합리화로 변명하기 쉽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지난 후에는 한 번쯤 되돌아 볼 일이다. 자기 합리화로 아무리 우겨도 자기 자신만은 진실을 알고 있고 그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더라도 그 진실을 당당히 마주하고 스스로 인정할 때 비로소 과거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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