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퍼씨의 12마리 펭귄 플로렌스 앳워터 , 정미영, 리처드 앳워터 | 문학동네어린이 | 20070515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여덟 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난생 처음 남극의 신사와 대면하였던 때가.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왔으니 여기서 가장 높다는 빌딩의 구경도 빼놓을 수 없다며 부모님은 그곳으로 오빠와 나를 데려 가셨다. 거기에는 성냥갑만한 자동차들을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었고, 난생 처음보는 물고기들과 바다 거북, 그리고 펭귄이 사는 수족관도 있었다. 그림이나 TV가 아닌 실제 펭귄을 보게 된 소감은 안타깝게도 귀엽다거나 좋다는 것보다 무섭다 쪽에 더 가까웠지만 어쨌든 어린 시절에는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다. 지금이야 마음만 먹으로 펭귄을 볼 수 있지만 <파퍼 씨의 12마리 펭귄>이 쓰여진 1938년에는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 책의 주인공 파퍼 씨에게는 못 다 이룬 꿈이 있었다. 비록 마을이 칠장이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는 과학자가 되어 극지방 탐험을 하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어도 파퍼 씨는 극 지방 책을 읽고 영화를 본다. 그리고 실제로 극지방 탐험을 하고 있는 드레이크 제독에게 편지를 보내기에 이른다. 그런데 드레이크 제독에게 아리송한 인사와 함께 거대한 소포를 받는 파퍼 씨. 그 안에는 파퍼 씨의 삶을 바꿔놓은 펭귄 한 마리가 있었다.
유명한 영국 탐험가 이름 캡틴 쿡으로 불리기 시작한 이 펭귄과 파퍼 씨 일가의 동거는 좌충우돌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평소에도 빠듯한 살림인데 객식구까지 생겼으니 파퍼 씨는 둘째치고 그의 아내가 이를 반길 리 없다. 그런데 이 작품이 동화여서 그런지 파퍼 씨네 가족은 캡틴 쿡을 위해 자신들의 생활 방식을 바꾸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아내 역시 이 모든 일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시간이 흘러 캡틴 쿡도 일가를 이루고 캡틴 쿡의 가족과 파퍼 씨네 가족은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런데 파퍼 씨와 그 가족들이 이기적인 목적으로 캡틴 쿡을 이용했다면 그들에게 그만한 성공이 따르지 못했을 것이다. 캡틴 쿡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그 안에서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펭귄 서커스단의 성공 비결이지 않을까.
나이가 들었다고, 현실이 빡빡하다고 갖가지 핑계 속에 오늘도 꿈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파퍼 씨를 보면 꿈은 잊지 말고 매일같이 꾸기만 해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 꿈에 다가서게 되는 것 같다. 꿈을 이룬 파퍼 씨와 그의 꿈을 응원해 주는 가족들. 이 작품이 오랜 시간 동안 세계인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책의 띠지에 등장하는 짐 캐리와 줄 지어 걷는 펭귄들을 보며 곧 개봉할 영화도 기대된다. 벌써 예고편도 온라인에서 종종 보이던데 좋은 내용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으니 분명 괜찮은 가족 영화 한 편이 탄생하리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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