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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에서 빈둥거리다 길을 찾다

by 푸른바람꽃 2011. 9. 4.
고택에서 빈둥거리다 길을 찾다 고택에서 빈둥거리다 길을 찾다
이용재, 이화영 | 도미노북스 | 201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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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군위를 갔다가 국도변에서 우연찮게 "한밤마을"을 발견하게 됐다. 군위를 출발하기 전 근처에 다른 볼거리라도 있을까 하여 검색하던 중 보았던 그 "한밤마을"이었다. 이곳에 갈 생각을 없었지만 이렇게 마을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냥 갈 순 없었다. "한밤마을"은 부계 홍씨의 집성촌으로 천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 마을이다. 돌담길이 참으로 예쁜 이 마을의 중심에는 상매댁이라 불리는 남천고택이 자리잡고 있었다. 본래의 구조에서 상당 부분 철거되어 현재 남은 규모는 작은 편이었지만 이 고택을 쓸고 닦으며 지키는 종손들의 모습은 인상깊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삼 한옥이 좋아진 내게 고택은 보는 것을 넘어 살아보고 싶은 집이다. 독특한 글로 제법 알려진 이용재의 <고택에서 빈둥거리다 길을 찾다>에는 이러한 우리나라 대표 고택이 21곳 소개되어 있다.
 
좁게는 한 집안의 역사가 있고, 넓게는 당시 우리나라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고택에는 그만큼 많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의 글은 이번 책으로 처음 접했는데 문장들이 실로 범상치 않다. 술술 읽히는 문장들은 한편으로는 만화책의 말주머니 속 글들을 보는 것도 같다. 그러면서도 고택에 얽힌 역사적 인물들의 뒷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는 글맛이 참 좋다. 또한 건축을 업으로 했던 이력을 잘 살려 한옥의 구조와 특징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사랑채가 그냥 사랑채인줄 알았지 손님에 따라 등급이 세 단계로 나뉘는 줄 처음 알았고, 객을 떠나 보낼 때조차 은근함이 서려 있는 손님 상 차리기는 흥미롭다. 한옥의 마당은 그냥 비움의 미학을 실천한 것이고, 집 안팎으로 낮으막한 담장은 방범용이라기 보다는 독립된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니 선조들의 선비 정신이 엿보인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이 고택들의 보존을 위한 노력이 미미하다는 것. 현재 고택들을 지키는 사람은 대부분 그 집안 종손들인데 자비로 유지와 보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그들의 수입원은 대부분 농사 지은 소출에 의존하고 있다. 에순 아홉의 종부가 종가를 지키는 고단함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된다. 그리고 고택들을 복원하고 널리 알리는 것은 좋으나 콘크리트 건물을 지어 한옥의 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겠다는 어리석은 발상은 제발 멈추길 바란다.
 
한옥은 사람이 살아야 오히려 잘 보존된다. 사방이 막힌 콘크리트 집과 달리 열린 집이기 때문에 하루 이틀만 사람 손이 닿지 않아도 곳곳에 거미줄이 쳐 지고, 먼지가 쌓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책에서 보게 된 많은 고택들 중에서도 사람이 사는 고택에서는 여전히 집이 살아 숨쉬고 있는 듯했다. 다만 고택을 지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사명감과 자부심만으로 꿋꿋하게 종택을 지키는 종가들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 고택들이 비록 사유재산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아끼고 보존해야 하는 문화재로의 인식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수준에서 더이상 훼손이나 소실 없이 잘 지켜지기를 희망한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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