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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 1

by 푸른바람꽃 2011. 9. 25.
공주의 남자 1 공주의 남자 1
이용연, 김욱 [원작], 조정주 [원작] | 페이퍼스토리 | 201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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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표방한 사극이 요즘 안방극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K사의 특별기획드라마 "공주의 남자"가 그것이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얼마 전부터 서점에는 드라마 속 두 주인공의 아름다운 모습을 표지로 한 책이 깔리기 시작했다. 종영까지 단 4회의 분량만을 남겨 놓고 있고, 지금까지 이 드라마를 꼭 챙겨보는 입장에서 책을 읽는다고 한들 새로울 것이 있겠냐 싶었다. 그렇게 별 기대 없이 <공주의 남자 1>을 읽기 시작했는데 문장들이 드라마를 다시 보는 듯 생생하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등장인물들의 생각, 감정 등이 작가에 의해 촘촘하게 메워져 있었다.

 

'로미오와 줄리엣'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건 단연 원수 집안의 남녀가 비극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도 그 기본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그 비극의 주인공이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와 수양대군의 딸 '이세령'이라는 것!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문종, 단종, 세조로 이어지는 피바람 부는 정국 속에서 김종서는 세종, 문종, 마지막 단종 때까지 왕에게 충절을 다한 인물로 그려진다. 역사에서야 어쨌든 드라마에서는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병약한 형님보다는 왕재라는 생각을 품고 있는 수양대군은 왕좌에 대한 욕심이 남아 있었고, 본인이 그런 야욕을 품지 않았더라도 마치 그런 것처럼 의심 속에 살아야 하는 종친이었다. 그런 수양대군이 김종서에게 혼담을 넣었다. 이 혼인은 두 남녀의 결혼과 집안의 동맹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장차 왕이 바뀔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 사실은 전혀 모르고 승유와 세령, 문종의 장녀 경혜공주는 운명처럼 만나게 되고, 승유와 세령은 어느새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세 사람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도 모른 채...

 

<공주의 남자 1>은 총 24부작 드라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8부 정도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수양의 역모로 단종을 보호하던 문무관료들이 죽음을 맞이하고 끝내 김종서의 집안도 핏빛에 물든다. 세령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승유가 수양의 역모와 김종서의 생존을 알리기 위해 단종이 머물고 있는 경혜공주의 사저로 가는 대목에서 이야기는 1권은 끝맺는다. 이후 승유가 얼마나 모진 상처와 고통에 아파해야 했는지, 그리고 세령의 마음 고생 또한 만만치 않았음을 드라마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다 알고 있는데 책에 대한 재미가 떨어지진 않을까?'하고 이 책을 구매하려는 독자들은 잠시 망설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섬세한 감정묘사와 책으로 엮어지면서 더욱 풍부해진 역사적 배경 및 인물 간의 이해관계 등은 책을 통해서 얻게 된 소득이다.   

 

역사학자들에게는 이런 드라마가 탐탁치 않을 것이다. 드라마라는 것이 대중들에게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막대한데, 불확실한 내용과 짐작, 상상으로 엮어진 내용이 실제 역사와 뒤엉켜 마치 사실인 양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무척 흥미롭다. 계유정난과 단종애사라는 혼란 속에 피어나 비극적 사랑이라 더욱 그러하다. 마지막에 최지영 PD가 밝히고 있듯이 <공주의 남자>를 통해 대중들이 우리 역사에 더욱 관심을 갖고 그것이 역사 바로알기로 이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의미있는 것이리라. 경혜공주와 정종의 비극적인 결말은 이미 역사가 말해 주었지만 승유와 세령의 애절한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 지 아직 알 수 없다. 부디 팩션의 특권으로 어디선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결말을 보여주면 좋겠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책에 대한 홍보성 게시물이 아니며 소신껏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