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하는 날 최인석 | 문예중앙 | 20110905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사랑, 연애... 책의 표지처럼 핑크빛의 포근함 내지 솜사탕처럼 달콤함이 느껴지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모든 사랑과 연애가 핑크빛은 아니다. 현실의 사랑과 연애는 파스텔톤의 부드러움 보다는 원색의 강렬함 쪽에 더 가깝다. 최인석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었다. 원래 어떤 색깔의 글을 써온 작가인지 모르니 어떤 선입견도 끼어들지 않아 좋았다. 그리고 그의 <연애, 하는 날>은 덤덤함을 가장한 채 현실의 싸늘함을 느끼게 해 준 소설이었다.
<연애, 하는 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 '사랑'을 하고 있는 이들은 한 명도 없다. 고로 이들이 하는 것을 '연애'라 할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든다. 사랑과 연애라는 예쁜 포장지로 포장된 그들의 욕망은 애써 평범한 사랑과 연애를 쫓으려 한다. 그나마 작품 속 '수진'만이 가장 사랑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연애'를 하고 있다. 10년이 넘도록 결혼생활을 하며 두 아이를 키워온 수진에게 장우의 등장은 각박한 일상에서 잊고 살았던 '사랑'의 감정을 일깨운다. 그것은 욕망으로 표출되고 수진은 급기야 자신이 가진 전부라 할 수 있는 남편과 아이들마저 버리고 가정을 떠나온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장우이다. 수진을 통해 가정의 따뜻함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지만 그는 애써 이런 따뜻함을 거부한다. 일체의 감정이 깃들지 않은 욕정의 관계만을 지향하는 그에게 수진의 온기는 익숙해지면 안되는 것이었다. 더 깊어지기 전에 그는 잔인하게 싹을 잘라버린다. 작품에서 장우 외에도 장우의 처남 두영과 장우의 아내 서영, 수진의 남편 상곤을 비롯해 연숙, 대일 등의 인물들이 등장해 그들 나름의 아픔과 욕망을 드러낸다.
작품을 다 읽은 후에도 나는 왜 제목이 <연애, 하는 날>인지 쉽게 공감할 수는 없었다. 다시 말해서 평범한 사랑은 찾아볼 수도 없는 관계 속에서 그들이 하는 것을 과연 연애라 할 수 있을까 싶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은 작품의 내용을 비추어 볼 때 역설이자 모순이다. 사실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 중에서 '연애'가 가능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결혼으로 맺어진 두 쌍의 커플은 부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지 오래이고, 그 외의 인물들도 각자의 마음 속에는 현실 도피성 욕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참을 달려온 것 같은데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가장 현실적인 결말을 확인한 기분이다. 결국 이렇게 될 거였으면서 왜 그들은 그토록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받아야 했던 것일까? 아무리 없었던 것처럼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러나 그들이 과거에 얽매여 미래까지 망치는 실수는 저지르지 말았으면 한다. 다시 돌아온 그 자리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만이 그들에게 남은 유일한 해피엔딩의 결말일 것이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책에 대한 홍보성 게시물이 아니며 소신껏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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