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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의 여자들

by 푸른바람꽃 2011. 10. 3.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
황희연 | 예담 | 201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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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모메 식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나 또한 그 중 한 사람이다. 살찐 갈매기(카모메)들이 부둣가를 유유자적 거니는 핀란드의 어느 식당을 배경으로 한 영화 <카모메 식당>은 단정하고 소박하지만 푸근한 영화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소울푸드를 만들던 사람들. 그들이 만든 음식으로 인해 누군가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따라서 '카모메 식당'은 그야말로 새로운 시작의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상징적인 장소였다. 핀란드라고 하면 휘바휘바를 외치는 어느 껌이 생각나고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산타할아버지를 떠오리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이제는 '카모메 식당'을 빼놓을 수 없다. 그곳에서 따뜻한 차와 계피롤빵을 먹어보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과 함께 말이다.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의 저자 황희연도 자신의 선로를 이탈하면서 느끼게 된 막연한 불안과 갈등을 달래기 위해 영화 속 그 곳을 떠오리며 '카모메 식당'을 찾았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의 '카모메 식당'은 부두 노동자들의 허기를 달래는 여느 평범한 식당과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저자는 결심한다. "인생을 바꾸고 싶었고, 한때 방황의 시기를 거치다가 이제는 뭔가 인생의 갈피를 잡아나간 여자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들어보기로..." (p.31) 우리의 주변에는 영화 <카모메 식당>의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 씨처럼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용감한 여성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속에 저자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 보고 또 미래를 설계해 나간다.

 

10대 보다 덜 방황하고 20대 보다 덜 치열하리라 믿었던 30대. 그러나 30대를 맞이한 이들은 알고 있다. 30대 역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불안하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며, 지금의 자리를 지켜나가기 위해 더욱 치열해야 한다는 것을... 그런데 30대의 인생에서 가장 큰 갈등과 고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과 의문이다. 대학 졸업 후 청춘은 저당 잡히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금의 이곳까지 전력질주를 해 왔다. 그 덕에 나름의 커리어를 쌓고 맡은 분야에서 인정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그것만으로는 보상되어지지 않는 공허함이 30대를 맞이하면서 벼락처럼 찾아오곤 한다. 돌아보면 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고군분투를 해 왔나 싶은 의문이 들고, 지금의 이 일을 앞으로도 평생 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답이 안타깝게도 No라고 결론 지어지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잘 닦아 놓은 길을 따라 그대로 달리기만 하면 되는데, 그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용기와 결단이 없다면 절대 실행에 옮길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에서 저자의 초대를 받은 아홉 명의 손님들은 당당히 제2의 인생을 개척한 사람들이다.

 

하나같이 전문직 종사자들이었고, 또 그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자랑하던 이들이었다. 더욱이 모두들 자신의 적성을 잘 살린 직업들이었기에 업무에 대한 만족도 역시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던 일을 놓고 불확실한 모험에 뛰어든 것은 정체된 삶을 살기 싫었기 때문이다. 오늘과 똑같은 내일을 산다는 것. 그리고 열정으로 두근거리는 설렘을 맛볼 수 없다는 것. 그것은 일상의 행복이 상실된 것과 다름 없었다. 그래서 그녀들은 삶의 안락함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금까지 그녀들이 잘해온 것들 외에도 해보고 싶던 것, 혹은 또 다른 소질을 개발하여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 정호현 감독이나 이민영 작가는 방송과 책으로 만난 적이 있던 사람들이라 더 반가웠고, 그 외에도 또래 여성들의 공감가는 이야기들 덕분에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기분이었다. 황희연 작가는 아마도 그녀 자신에게 필요한 만남과 이야기들이라서 이 책을 처음 구상하게 됐을텐데 결과적으로 이 책은 방황하는 30대를 보내고 있을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카모메 식당'을 표방한 책의 컨셉인지 각각의 인터뷰이들이 그들의 소울 푸드를 마지막에 소개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오히려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본문에서 이 음식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인터뷰의 마지막 공통 질문이었을 법한 "당신의 소울푸드는 무엇입니까?"에 대한 답변들을 형식적으로 제시해 놓은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에 영화잡지 기자 출신의 저자가 이 책의 디저트로 내놓은 영화 <카모메 식당>의 소개들이나 '요리와 수다를 부르는 여자들의 영화'는 메인요리 못지 않게 좋았던 부분이다.

 

자신의 행복을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어 했는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잠시 멈춰서서 생각해 볼 일이다. 그리고 이 방황과 고민들이 훗날 더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시작이 될 것이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책에 대한 홍보성 게시물이 아니며 소신껏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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