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는 데 남은 시간 테레닌 아키코, 한성례 | 이덴슬리벨 | 20110927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너를 사랑하는 데 남은 시간>의 저자 테레닌 아키코 씨도 그런 강한 어머니였다. 자신의 뱃속에 잉태된 한 생명을 위해 스스로 남은 인생을 주저 없이 희생할 만큼 말이다. 임신 5개월째 골수악성종양 진단을 받은 그녀는 남편에게 묻는다. 이 아이를 진심으로 원하느냐고... 그녀의 항암치료는 결국 아이를 죽이는 것이 될테니까 말이다. 남편은 울먹이며 말한다. 미안하지만 아이도 당신도 둘 다 원한다고.
갑자기 닥친 죽음의 그림자를 두려워 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녀도 두렵고 또 누구보다 살고 싶었을 것이다. 특히나 몇 달 후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와 그녀의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데 어찌 그 아이를 두고 그냥 떠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수술로 위급한 종양부터 제거하고 몇 달 후 러시아인 테레닌 레오니드 씨와 아키코 씨 사이의 딸 유리치카는 2006년 2월 6일 엄마 아키코 씨와 같은 날 제왕절개로 무사히 태어났다. 그리고 아키코 씨의 길고 긴 항앙치료는 시작되었다.
항앙치료의 고통스런 순간을 말로 설명해도 우리는 그 절반도 이해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아키코 씨는 유리치카와 함께 할 수 있는 1분 1초의 소중한 순간들을 위해 그 고통을 고스란히 견딘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하루 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음에 기뻐하며 감사한다. 이 책의 1장에는 사랑하는 딸 유리치카에게 아키코 씨가 전하는 편지와 같다. 아이에게는 엄마가 필요하다. 특히 딸에게는 더욱 그렇다. 사춘기 무렵 사내 아이들과는 다르게 여자 아이들에게 찾아오는 신체의 변화는 엄마의 가르침과 살뜰한 보살핌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 모든 순간을 지나왔기에 누구보다 그 점을 잘 알고 아키코 씨는 자신이 곁에 없을 때도 항상 곁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아픈 몸으로 이 책을 남기기에 이른다.
그녀가 딸에게 전하는 편지에는 교우관계, 생활습관, 아빠와 엄마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2차성징에 대한 것들 등등 엄마가 염려하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차근차근 기술되어 있었다. 아키코 씨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썼는지 잘 알기에 슬픔으로 마음이 먹먹해져 온다. 그리고 엄마가 남긴 이 책이 얼마나 소중한 유산인지 유리치카가 조금 더 자라면 스스로 알게 되리라. 유리치카의 편지에 이어 아키코 씨의 투병일기가 이어지며, 3,4장에는 이 책을 출간한 편집자 야스메 씨가 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아키코 씨의 마지막 순간까지를 정리해 놓고 있다.
기적처럼 완치되어 지금쯤 사랑하는 남편과 딸 유리치카와 더불어 꿈꾸었던대로 미국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향년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아키코 씨는 세상을 떠났고, 유리치카는 아빠와 함께 엄마의 흔적이 깃든 그 집에서 단둘이 살고 있다. 엄마의 바람대로 올해 다섯살이 된 유리치카는 아빠에게 행복과 기쁨이 되어주며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아키코 씨가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엄마에게 직접 배우고 들으며 자란 나는 얼마나 축복된 삶을 산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난 엄마가 곁에 없다는 상상조차 지금은 도저히 할 수가 없다. 마치 빛과 공기가 사라져 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래서 유리치카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그러나 이 세상에 오직 유리치카만을 위해 썼다해도 과언이 아닌 이 책을 부디 아키코 씨라 여기며 유리치키가 밝고 건강한 아이로 잘 자라면 좋겠다. 하늘나라에서 아키코 씨도 그런 마음으로 유리치카를 지켜주지 않을까? 딸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은 죽음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책에 대한 홍보성 게시물이 아니며 소신껏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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