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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it now

아버지의 길

by 푸른바람꽃 2011. 10. 9.
아버지의 길 1 아버지의 길 1
이재익 | 황소북스 | 201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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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진한 모성애가 느껴진 책을 읽자마자 공교롭게도 이어서 읽게 된 책은 아버지의 눈물겨운 부성애가 담긴 이재익 작가의 첫 번째 역사소설 <아버지의 길>이다. 전 2권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한 온라인 서점에 연재되어 큰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현직 라디오방송의 PD이면서도 작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재익 작가는 그간 몇 편의 장편 소설을 내놓았고 그 중 영화 제작에 들어간 작품도 있다는데 <아버지의 길> 또한 충분히 영화로서의 제작 가능성이 엿보이는 작품이었다. 그간 보았던 <태극기 휘날리며>나 <고지전> 등과 같은 어느 전쟁 영화보다 장대하고 가슴뭉클한 감동이 있으며, 전쟁의 참혹함이 사실적으로 묘사 되어었다.

 

이 작품의 시작은 미국의 전쟁문서보관소에 보관된 어느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되었다. 사진의 이름은 '노르망디 코리안'. 그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작전' 중에 누군가에 의해 찍힌 사진이었다. 그런데 사진에는 유독 눈에 들어오는 낯익은 모습이 있었으니 유럽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동양의 사내였다. 놀랍게도 독일군복을 입은 그 사내는 자신이 조선인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 사내에게 어떤 사연이 있기에  멀고 먼 이곳까지 와서 전쟁포로가 되었는지 누구나 궁금해 할 법한 소재이다. 이 이야기는 어느 다큐멘터리에서도 다뤄졌지만 작가는 그 다큐멘터리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가적 상상력으로 가공의 이야기를 덧붙여 이 작품을 내 놓았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탄생한 사진 속 남자는 '김길수'였다. 길수에게는 여덟살 난 아들 '건우'가 있다. 그리고 자신과 아들을 두고 대의명분을 쫓아 홀로 독립운동에 나선 아내 '월화'도 있었다. 가난하고 힘든 살림살이였으나 길수는 월화의 몫까지 대신하며 건우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였다. 그러나 아들의 생일날 일찍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길수는 난데없이 강제 징병되어 아들과는 생이별을 하게 된다. 제 아무리 의젓하다지만 이제 여덟살인 아들이 혼자서 어찌 살아갈까 막막하기만 한 길수. 아들에게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겠다는 일념만으로 길수는 온갖 고통과 죽음의 고비를 넘긴다.

 

중일전쟁의 총알받이가 되었던 조선인 징병자들이나 군인들의 성적 노리개가 되어야 했던 조선의 여성들은 마치 짐승처럼 학대 당해야만 했다. 그 광경은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이며, 모르긴 해도 이 책의 묘사는 실제의 참상보다 훨씬 낮은 수위리라 짐작된다. 길수는 징병열차를 타고 만주로 이동하며 열다섯 살의 '영수'를 만나 때로는 아들처럼, 때로는 동생처럼 보살피며 서로가 의지하고, 훗날 의형제를 맺으며 의리를 지키는 '정대'도 만난다. 길수의 사연 못지 않게 운명같은 사랑과 이별을 경험한 정대의 이야기도 전쟁이 낳은 또다른 비극이었다.

 

전세가 달라질 때마다 파리보다 못한 것이 포로들의 목숨이다.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철저히 시대와 전쟁의 희생량이 되었던 길수는 일본군에 의해 중국으로 끌려왔고, 탈출을 감행했지만 소련군에게 잡혀 그들의 포로가 되었으며 다시 독소전쟁으로 말미암아 독일군의 포로가 된다. 왜 싸워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채 사지에 내몰린 그였으나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에도 살아남아 미군 스티븐을 만나게 된다. 왜 조선인인 그가 독일군복을 입은채 포로로 이 자리에 서 있게 되었는지 스티븐에게 그의 지난 시간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이야기들은 스티븐에 의해 고향으로 전해지게 된다.

 

사선에서도 아들 건우에 대한 사랑으로 버텼던 길수의 이야기 못지 않게 동시에 진행되는 정대와 명선의 비극적인 사랑과 월화의 숨막히는 만주 탈출기는 <아버지의 길>이란 작품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야말로 국경을 넘나들며 시대적 아픔을 관통하는 한 편의 대하소설이었다.

 

마지막에 이르러 죽음을 앞둔 건우가 아버지가 전해준 편지를 떠올리는 대목에서는 나 역시 콧등이 시큰해 졌다.

 

"(중략)희망이란 그런 것이다. 절망보다 힘이 세고 죽음도 이긴다.

너는 나에게 빛이고 희망이다. 그래서 고맙다 아들아. 보고 싶다 아들아. 사랑한다, 아들아.

반드시 살아서 돌아갈게. 나에게 허락된 행운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p.334)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로지 앞만 보고 걷고 또 걸었을 아버지의 그 길은 얼마나 고단했을까? 절망 속에서도 단 하나의 희망이 그를 이끌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위대하고 숭고한 사랑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깊은 감동을 선사했던 <아버지의 길>! 오늘따라 아버지를 뒤에서 힘껏 안아드리고 싶다. 길수와 같은 마음으로 가정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심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책에 대한 홍보성 게시물이 아니며 소신껏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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