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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트

by 푸른바람꽃 2011.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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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 조동섭 | 밝은세상 | 201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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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사는 동안 운명의 상대를 만나 그와 더불어 사랑과 행복 속에 살아가는 것 이상의 축복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운이 모든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배우자를 만나 자녀를 낳고 살지만 사랑의 감정은 느껴본 적이 없다고 고백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운명의 상대를 만났지만 다양한 이유로 슬픈 이별을 맞기도 한다. <빅 피처>로 이름을 알린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모멘트>는 시대적 아픔을 간직한 한 여자와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끝까지 믿어주지 않았던 한 남자의 비극적인 사랑을 이야기 한다.

 

주인공인 토마스가 스물여섯 되던 해인 1984년은 여전히 동독과 서독이 베를린 장벽을 사이에 두고 이념적 대립각을 세우던 때이다. 부모님의 불화를 목격하며 성장한 토마스는 성인이 되어서도 사랑과 결혼에 회의적이었는데, 여자친구의 구속이 못내 불편했던 그는 홀연히 이집트로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을 이야기한 그의 처녀작은 출간 되자마자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고 두 번째 책은 순조롭게 출판사의 지원을 받으며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 소설 형식의 기행문으로 기획된다. 그리고 토마스는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게 될 운명이 상대 페트라가 있는 그곳으로 향한다.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가 묘사하는 냉전시대의 서독과 동독의 분위기는 다른 듯 하면서도 닮은 구석이 많다. 비록 동서로 나뉘어 서로가 표방하는 사상과 이념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치즘이라는 거대한 틀을 함께 했던 탓이 크다. 강압적인 공권력과 감시와 고발 속에 여전히 언행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유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당시의 시대상은 작가가 꽤 공을 들여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문장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토마스는 생활의 안정을 위해 '라디오리버티'라는 방송의 한 코너를 맡아 집필하기로 하고, 그 방송국에서 번역일을 하는 페트라와 드디어 만나게 된다. 첫 눈에 서로에게 끌리는 두 사람. 처음에는 주저하는 듯 하던 페트라였지만 그것도 잠시, 두 사람은 깊은 사랑에 빠진다.  

 

사랑을 하면 달라진다고 하더니 그렇게 결혼을 회피하고 사랑을 믿지 않았던 토마스였건만 페트라와는 한 순간의 이별도 상상할 수 없게 된다. 그녀와 평생을 함께 하며, 두 사람을 반씩 닮은 자녀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미래를 꿈꾸는 토마스. 그리고 그와 같은 마음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의 사랑 페트라. 하지만 페트라에게는 과거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남아 있었다. 토마스로서는 그녀의 고통이 곧 자신의 것과 다름 없었기에 위험천만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을 전하는 모험도 감행한다. 영원할 것만 같던 이 사랑이 그렇게 쉽게 산산조각 날 줄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출판사의 홍보 덕분에(?) 이 책이 마지막에 펼쳐보인 내용은 어느정도 예상 했던 바이다. 그러나 짐작했던 내용에 내가 미처 생각치 못했던 일들까지 더해져 확실히 독자에게 놀라움과 두 사람의 잔인한 운명을 극대화 하고 있다. 지나고 나서 후회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 토마스는 페트라에 대한 배신감이 아무리 컸더라도 그녀의 변명을 들어주는 노력이라도 해야했고, 토마스를 그렇게 잃고 싶지 않았다면 페트라 역시 그에게 좀 더 일찍 솔직했어야 했다. 두 사람이 그렇게 했더라면 서로를 평생동안 가슴에 묻어둔 채 그리움 속에 살아가지 않았도 됐을텐데 말이다.

 

"우리는 운명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긴다. 하지만 운명을 조종하는 건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p.574)

 

결국 토마스의 페트라의 비극적인 운명도 시대적 상황 못지 않게 그들의 선택이 낳은 결과이다. 페트라가 남긴 일기와 마지막 편지는 토마스와 독자에게 비로소 페트라의 진실을 알려준다. 그녀의 잔인한 운명과 불우했던 삶의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순간마다 페트라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녀에 대한 배신감으로 늘 마음의 공허함을 느껴왔던 토마스 역시 그녀의 기록으로 그 구명이 메워졌으리라. 그러나 더 큰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야 할 지 모르지만.... 그래서일가?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진행중인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저자가 토마스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듯이 사랑은 우리의 기나긴 인생에 있어 유일한 버팀목이다. 그런 면에서 <모멘트>는 눈에 보이거나 잡히지 않는 무형의 것-사랑, 행복, 꿈 등-들이 점점 퇴색되어 가는 요즘, 순수한 '사랑'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게 해 준 작품이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책에 대한 홍보성 게시물이 아닌 소신껏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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