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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

by 푸른바람꽃 2011. 11. 12.
난설헌 난설헌
최문희 | 다산책방 | 201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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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여류 시인하면 황진이, 신사임당, 허난설헌 등이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황진이와 허난설헌의 시편들은 학창시절 언어영역 시험에도 종종 등장하여 더욱 친숙하다. 특히 허난설헌의 경우에는 그녀의 남동생이 그 유명한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이라 왠지 더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 수업시간에 허난설헌의 작품 배경을 설명하던 선생님께서 난설헌이 아닌 '허초희'라는 여성의 불행했던 결혼 생활과 슬픈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녀의 개인사를 알게되었기 때문일까? 익히 알고 있던 싯구들도 더욱 가슴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내가 알던 '허초희'는 단편적인 모습들 뿐이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시인이었으나 남편에게 외면당한 아내였으며, 두 아이를 앞세운 채 피눈물을 흘린 어미였다. 그리고 스물 일곱, 아직은 꽃같은 청춘에 세상을 떠난 가엾은 이였다. 과연 이것이 '허초희', '허난설헌'의 전부일까? 작가 최문희는 소설 <난설헌>으로 짧은 생을 살다 간 그녀를 현대에 부활시켰다.
 
난설헌의 나이 열다섯. 현대에서 보자면 한창 울긋불긋 돋아나는 여드름과 학교 성적, 이성교제 등 사춘기를 지나고 있을 중학생의 나이인데 난설헌이 살던 조선 중기에는 결혼 적령기의 어엿한 여성이었다. 딱히 내세울 것은 없어도 명문가로 소문난 안동 김씨 일가의 김성립과 결혼을 앞둔 시점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독자들을 허초희의 그 시절로 이끈다. '이게 사랑이다' 말할 수는 없지만 자꾸 눈길이 가고, 마음 자락이 남는 사내가 있었던 초희였다. 그러나 감히 맺어질 수 없는 사이라서 차마 입 밖으로 꺼내보지 못했던 그녀는 부모님이 정혼남과 결혼을 하고 모진 시집살이를 시작하게 된다.
 
조선시대 여성들이 모두 허초희와 같이 불행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여성이 가부장적 사회의 굴레에서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신세였음은 충분히 짐작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허초희의 경우 남편 김성립의 따뜻한 사랑조차 받아보지 못한 채 시어머니의 갖은 트집과 구박에 시달리며 외로운 생활을 이어나가야 했다. 이미 어릴 때부터 시문에 능하고 학문의 깊이가 남달랐던 그녀였건만, 친정과 달리 시댁에서는 그녀의 재능을 그 누구도 반기지 않았다. 오히려 아녀자가 글을 읽고 쓰는 것에 가당치 않다는 반응이었다. 그 중에서도 남편된 자는 못났게도 자신의 아내를 상대로 열등감에 사로잡혀 그녀를 더욱 냉대하기에 이른다.
 
읽다보면 딱하기 그지없던 허초희, 허난설헌의 삶이었다. 설상가상 힘들게 가졌고, 고통 끝에 출산한 남매를 연이어 떠나 보내게 되는 그녀의 심정은 오죽했으랴.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 결국 스물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그녀는 몸과 마음의 병이 깊어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자신의 외로운 심사를 표현한 절절한 시편들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녀가 남긴 다수의 작품들 중 대부분은 사라지고 그나마 그녀의 남동생 허균의 노력으로 오늘날에도 그녀의 작품들이 전해지게 되었다.
 
안타깝고 또 슬픈 조선 여인의 삶이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으나 그 재능을 제대로 펼쳐보이지도 못하고 떠난 아까운 인재였다. 스산한 가을, <난설헌>을 통해 만난 조선의 여류 문장가 허난설헌의 삶은 고독과 외로움, 슬픔이 뒤엉켜 있었다. 그래서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그녀의 문장들이 마치 그녀의 환영인듯 계속 마음에 남는다. 끝으로 작품에서 내내 '그녀'라는 말 대신 '그미'라는 멋스런 단어를 사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책에 대한 홍보성 게시물이 아닌 소신껏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