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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it now

오후 네 시의 루브르

by 푸른바람꽃 2011. 11. 6.
오후 네 시의 루브르 오후 네 시의 루브르
박제 | 이숲 | 201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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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후 네 시, 주중에는 퇴근을 몇 시간 앞두고 그날 꼭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일에 허덕일 때가 많았다. 그러다 문득 출출해진 속을 달래기 위해 달달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은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왜 하필 오후 네시의 '루브르'일까? 매일 네 시에 루브르에 가면 뭔가 다른 것이 있는 걸까? 저자 박제는 칸트의 오후 네 시 일화를 소개하며 그 의미를 전한다. 자신에게 반복된 일상으로 가장 큰 행복을 주었던 것이 칸트에게 오후 네 시의 산책이었다면 저자에게는 그것이 곧 루브르라고 말이다.

 

프랑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 중 하나가 루브르 박물관이다. 언젠가 어느 여행서에서도 보았는데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예술 등이 집약된 곳이 박물관이라고 한다. 루브르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였던 프랑스를 만나고 싶다면 루브르만한 곳이 없다. 게다가 루브르에는 프랑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유물이 전시되어 있으니 이 곳에서는 프랑스를 넘어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루브르 하면 가장 먼저 '모나리자'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오후 네 시의 루브르>에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모나리자' 외에 66점의 다른 명작들을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서의 견해를 더해 자세히 설명해 놓고 있다.

 

<오후 네 시의 루브르>는 크게 다섯 챕터로 구분되어 있다. 초(肖), 속(俗), 풍(風), 성(性), 성(聖) 순으로 소개되는데 한자어에세도 힌트를 얻을 수 있듯이 초상화, 풍속화, 풍경화, 누드화, 성화 등이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만일 이 책을 접하지 않고 루브르에 갔다면 나는 '모나리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다비드 상이나 보러 갔을 것이다. 누구나 알만한 작품 앞에서 그것을 실제로 봤다는 감동 외에 특별한 감흥은 없었을 것이며, 미술 작품에 배경 지식이나 관심이 없으니 다른 그림들은 주마간산 식의 관람에 그쳤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오후 네 시의 루브르>에서는 '모나리자'만큼이나 시선을 잡아끄는 수많은 작품들이 흥미진진한 사연을 가지고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초상화들에서는 그 주인공과 얽힌 사연들이 남달랐다. 피사넬로의 '젊은 공주의 초상'부터 스릴러와 미스테리함을 동시에 갖고 있고, 그 초상화의 주인공과 뗄 수 없는 악연일지 모르는 '시지스몬도 말라테스타의 초상'이 뒤를 잇는 것도 이채롭다. 고야의 '솔라나 후작부인의 초상'에서 저자가 이야기 하는 것처러 초상화는 화가와 모델 간의 관계가 작품의 완성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 사실을 책에 소개된 초상화들의 모델들이 품은 눈빛으로도 쉽게 구분된다. 일상의 이모저모를 그린 풍속화들 가운데서는 캥탱 마시의 '돈놀이꾼과 그의 아내'에서 화폭의 중심을 차지한 두 인물 외에 주변의 상징적 사물들이 갖는 의미가 신기하고 이런 세세한 것까지 간과하지 않는 작가의 통찰력이 놀랍다. 풍경화에서는 네덜란드 출신의 살로몬 판 라위스달 '햇살'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프랑스 풍경화의 특징들도 발랑시엔의 작품들로 설명하고 있고, 그의 작품은 다시 추사의 세한도로 이어지는 재밌는 연결고리가 탄생하기도 한다. 인간의 성적 욕망을 다양한 형태로 표출한 화가들, 그림 속에서 이야기를 찾을 수 있는 장 앙투안 와토의 '헛디딤'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유럽의 문화와 예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종교화들을 통해 그들의 사상을 엿볼 수 있었다.

 

어쩌면 꽤 지루하고 어려운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나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면서 읽는 내내 마치 루브르 박물관에서 해설자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는 기분이 들었다. 지나치게 학문적인 내용만을 전달하기 보다는 그림에 얽혀 있는 논란 거리나 창작의 배경이 된 이야기 등을 듣는 것이 그림에 대한 이해도를 훨씬 높여 주는 것 같다. 나도 저자처럼 훗날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루브르를 함께 찾을 날이 올까? 그런 날이 온다면 다른 한 손에는 꼭 <오후 네 시의 루브르>를 들고 저자가 들려준 이야기들을 아이에게 전달해 주고 싶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책에 대한 홍보성 게시물이 아닌 소신껏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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