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문학 걸작선 1 (양장) 스티븐 킹(Stephen King), 조지 R. R. 마틴, 올슨 스콧 카드(Orson Scott Card), 진 울프, 존 조지프 애덤스, 조지훈 | 황금가지 | 20111010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포스트 아포칼립스(apocalypse : 종말) 문학이란 장르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영화로도 만들어져 대중적으로 알려진 <나는 전설이다>와 같은 작품들도 종말 문학의 일종이라 할 수 있으며, 책 뿐만아니라 영화로는 훨씬 다양한 모습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이렇듯 끊임없이 생상되고 또 소비되는 종말 콘텐츠들이 갖는 매력은 무엇일까? 나는 단순히 장르적 재미라고만 생각했었다. 종말이란 소재로 따로 분리하여 생각하기 보다는 미래 사회를 그린 SF라는 장르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존 조지프 애덤스가 앞서 가졌던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들려준다.
"우리의 내면은 늘 생존과 새출발을 갈망하며, 사람들이 모두 죽고 나 혼자만 살아남기를 은밀히 기대한다." (p. 10)
그의 이 말을 듣고 보니 실로 그런 점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잊을만하면 제기되는 지구의 종말론. 갈수록 심상치 않는 지구의 기후변화와 우주 행성들과의 충돌 등 도처에 지구 종말을 예견하는 징후들을 증거로 내밀고 있으니 마음 한 켠에 종말에 대한 두려움 내지 언젠가는 이라는 어느 정도의 확신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종말 문학을 통해 생존의 욕구를 대리만족 하는 지도 모르겠다.
<종말 문학 걸작선>은 스티븐 킹을 필두로 1권에서는 12명의 작가가 그리는 단편들이 등장하고, 이어서 2권에서는 10명의 새로운 작가의 작품들이 이어진다. 그나마 이들 중 스티븐 킹이 내게는 가장 친근한 작가였다. 신물질을 개발하여 지구 상의 폭력을 잠재우고자 했던 한 천재의 치기어린 도전이 결국 폭력을 넘어 지구의 종말을 초래했다는 줄거리의 그의 작품은 역시 독자를 몰입시키는 매력이 있다. 이어서 종말 후에도 물질에 집착하는 욕심을 드러낸 '고물수집', 사람보다 동물이 더 인간적(?)으로 보였던 '모래와 슬래그의 사람들', 종말 후 살아남은 두 문명의 만남을 그린 '어둡고 어두운 터널들', 시스템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는 기발한 상상이 돋보인 '시스템 관리자들이 지구를 다스릴 때', 돌연변이 세상에서 삶이 곧 또 다른 투쟁임을 드러낸 'O-형의 최후', 스스로를 지켜나가는 소년 아티와 아이들을 그린 '아티의 천사들'이 <종말 문학 걸작선>의 1권을 채우고 있다.
잿빛 미래는 암울하고 그들 나름의 희망적인 내일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은 지금의 현실과 어딘지 닮은 구석이 많다. 유토피아를 만나게 되리라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나 디스토피아에서도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건설해 나가는 밝은 성격의 작품도 하나쯤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12편 중에서는 '아티의 천사들'이 이와 가장 근접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 '종말 문학'이라는 독특한 장르적 작품들만 엄선된 단편들로 만날 수 있는 보기 드문 책이 <종말 문학 걸작선>이다. 이 책에서 무엇을 보든 아직 그것을 바꿀 힘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다는 사실이 희망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책에 대한 홍보성 게시물이 아닌 소신껏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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