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남기철 | 이숲에 올빼미 | 20111101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
지금의 '나'를 벗어 버리고 새로운 '나'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다수의 여성들은 열광하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TV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심심치 않게 "메이크오버" 기회를 주고 자신의 변신에 도취된 여성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전후 변화된 모습을 바라보는 시청자들도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는 변화된 삶에 대한 욕망과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의 주인공 크리스티네도 여느 사람들처럼 변화된 삶을 살고픈 욕망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욕망조차 사치와 허영에 불과했던 크리스티네는 묵묵히 반복된 일상을 불안함 속에 살아나갈 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도 어느날 갑자기 기회는 찾아온다. 얼굴도 본 적 없은 이모로부터 낯선 곳으로 초대받게 된 크리스티네. 병든 노모를 홀로 남겨두고 떠난다는 걱정과 죄책감, 잠시나마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난다는 해방감,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 등을 동시에 가진채 그녀는 이모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전쟁을 겪는 동안 크리스티네의 20대는 연기처럼 사라졌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힘든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고, 그나마 운 좋게 마을 우체국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입장이었다. 헤픈 여자들처럼 자유 연애에 자신을 내던지기는 싫었고, 그렇지만 이렇듯 무미건조한 20대의 마지막 또한 그녀에게는 절망적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모가 계신 그곳은 지금까지의 그녀의 삶을 완전히 잊게할 만큼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름다운 옷과 장신구들, 교양 넘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멋진 만찬... 크리스티네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오스트리아에서의 크리스티네는 잊고 싶은 심정일텐데 때마침 어느 귀족 가문 딸인양 사람들이 크리스티아네 폰 볼렌으로 오해한다면 그것을 굳이 고쳐줘야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으리라. 그녀의 이러한 행동들은 그녀의 삶을 아는 독자로서는 충분히 이해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게다가 출신 성분과 재력 등이 그 사람의 평판과 사회적 지위를 판가름 하던 시기인만큼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는 오히려 그녀에게 자신감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거짓은 오래갈 수 없었다. 잠깐의 꿈처럼 달콤했던 휴가도 끝이 나고 만다. 그러나 다시금 오스트리아의 평범한 우체국 아가씨 크리스티네로 돌아온 그녀는 더이상 예전의 그녀가 될 수 없었다. 이미 그녀가 맛본 금단의 열매가 그녀의 마음을 좀먹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을 때 그녀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계획이지만 그녀에게는 그것 밖에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야기는 그렇게 느닷없이 끝이 난다. 나중에 역자의 말을 통해 이 작품이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지 알게된 후에야 갑작스런 결말도 이해 되었다. 다수의 의견처럼 미완성이라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그 사실을 몰랐을 때는 그 나름대로 결말이 남긴 여운이 꽤나 강렬했다.
저자 슈테판 츠바이크 자신이 누구보다도 범상치 않은 삶을 살았기에 그의 작품에도 극적 요소가 다분한 것 같다. 작가의 생을 뒤돌아 보면서 어쩐지 이 작품의 크리스티네와 상당 부분 겹쳐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전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곤궁한 처지에 놓이게 되고, 잔인한 현실의 압박과 부의 양극화 등은 고통을 가중시키는 일련의 상황들이 작가로 하여금 이런 작품을 쓰게하지 않았나 싶다. 작가로서 현실에 대한 반영,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고발, 이것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한 탐구까지 하였던 슈테판 츠바이크. 비록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였지만, 사후에도 그의 훌륭한 작품들을 통해 그의 작가 정신만큼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이 인상적이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책에 대한 홍보성 게시물이 아닌 소신껏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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