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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누들로드 : 국수따라 방방곡곡

by 푸른바람꽃 2011. 12. 19.
대한민국 누들로드 대한민국 누들로드
김미영 | 브레인스토어 | 201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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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쌀쌀한 바람이 부는 겨울날, 뜨끈한 국수 한 그릇 생각이 절실하다. 밀가루 요리를 먹으면 자주 탈이 나면서도 나는 면 요리에 대한 애정을 끊을 수가 없었다. 국물이 있는 국수는 그 나름의 따뜻함과 담백함, 부드러운 식감 등이 좋고, 국물이 없는 국수는 또 그 나름의 시원함과 깔끔함, 쫄깃한 식감이 좋았다. 회사 근처에도 걸어서 10분쯤 가면 아주 맛있는 국숫집이 두 곳이나 있다. 한 곳은 어탕국수이고 한 곳은 능이버섯국수인데 지금껏 이런 국수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국수하면 잔치국수, 칼국수, 냉면, 비빔국수 등이 고작이었는데 재료만 달리하면 이 세상에 국수로 만들지 못 할 요리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한민국의 국수란 국수는 한 권의 책에 다 모아놓은 <대한민국 누들로드>가 국수 맛지도를 그려 보인다.

 

저자인 김미영 기자는 시사주간지의 문화면의 여행 기사를 위해 처음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대한민국 누들로드'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국수 여행의 출발지는 강원도 고성이었다. 강원도 하면 춘천의 막국수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 보다 먼저 명함을 내민 것은 고성의 '백촌막국수'였다. 뒤에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강원도 평창군 봉평의 메밀국수(현대막국수)도 나오지만 강원도는 메밀을 재료로 한 막국수가 같은 이름의 다른 모양과 맛으로 많이 발달해 있었다. 메밀의 시원하고 담백한 맛의 장점에 국숫집 마다 특유의 육수와 양념 맛으로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 그리고 강원도에는 막국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의 허기를 달래주었던 올챙이 국수와 콧등치기 국수가 애잔한 향수와 시골의 맛을 자극한다.


강원도를 떠나 "남한에서 국수문화가 가장 발달한 곳(p.58)" 경상도에 당도하면 귀에 익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들리는 듯 '모디가 먹는다' 하여 모리 국수라고 하기도 한다는 포항의 모리국수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떡하니 국수와 자리를 함께한 동동주가 정겹고, 7년째 값은 여전히 5천원인 주인의 인심이 훈훈하다. 부산의 먹거리로 유명한 밀면, 의령의 망개떡과 함께 꼭 먹어봐야한다고 익히 들어온 메밀소바는 역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전국에서 음식 맛 하면 전라도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의외로 전라도는 면식 문화가 발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수의 면면은 개성이 뚜렷하다. 여느 국수와 달리 손이 많이 가는 달작 지근 팥칼국수, 강원도 전통 향토 음식을 김제에서 맛 볼 수 있는 도토리칼국수, 담양에는 대통밤에 버금가는 50년 전통의 비빔국수도 있었다. 그리고 국밥의 재료로만 생각했던 선지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선지국수도 이색적이다.

 
충청도로 넘어가면 사과국수가 눈에 띄는데 당연히 국수에서 사과 맛이 나면 어떨까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저자의 사과국수 시식 후기를 보니 사과성분은 면의 제조과정에 첨가되는 것일 뿐 실제 국수에서는 사과의 풍미를 느낄 수 없다니 왠지 서운하다. 한편으로는 국수 국물에서 사과 주스의 맛이 난다는 것도 이상하긴 하겠다. 이밖에도 사과국수와 달리 실제 기러기로 육수를 낸 기러기 국수-기러기를 식재료로 사용한다니 낯설어서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도 있다. 경기도에는 체인사업으로 이제 전국적으로 알려진 망향비빔국수, 고소한 맛이 일품인 가평의 우유빛깔 잣국수, 신선한 바지락이 입을 벌리고 있는 대부도 바지락 칼국수, 실향민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녹아 있는 북한식 냉면들, 그리고 서울에 당도하면 전통은 전통대로 지키고 거기에 현대인의 입맛을 더한 국수들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바다 건너 제주의 성게국수, 땅콩국수까지 맛보면 대한민국 국수 따라 방방곡곡 여행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지역별 국수 소개가 끝나면 어김없이 등장했던 국수와 함께 먹으면 좋을 먹을거리들이 등장해 국수 한 그릇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던 허전함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한복려 선생, 박인권 만화가,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조창현 이사 등 국수와 인연이 있는 인물들의 인터뷰와 예산의 국수 공장에 주렁주렁 국수가 널린 풍경도 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국숫집 맛 기행 서적답게 맛있는 국수 만들기 비법도 빼놓지 않았으니 발품 팔아 국숫집을 찾기 어렵다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수는 서민들에게 가장 친근하고 부담 없는 음식이다. 그리고 좋은 날 빠지지 않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국수들이 독특한 지역 색을 가지고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맛의 전통을 잇고 새로운 맛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앞으로도 이 맛의 대물림이 이어져 전국 각지에서 향토적인 국수들을 계속 맛볼 수 있길 희망한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으나, 책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담은 진솔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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